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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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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치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어쩔 수 없는 벽' 앞에서 절망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요. 도종환 시인도 그랬습니다. 세상 풍파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고 병마와 싸우며 남몰래 고개를 떨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지요. '절망의 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담쟁이처럼 '말없이 그 벽을 오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사흘 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53번째 회사 생일날 이 시를 낭송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그것을 놓지 않는 힘.그렇게 '잎 하나'가 '잎 수천 개'를 이끌고 벽을 넘는 것이 인생이고 경영이라는 것을.'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하던 시인의 또 다른 시구처럼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벽을 푸르게 넘는 우리들이 곧 담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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