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끄떡없던 '유럽 엔진' 독일마저 침체 우려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유럽이 바빠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글로벌 경제 타격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 재정위기 봉합 노력도 무위로 돌아가고 이탈리아 · 스페인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6일 긴급 전화통화를 하고,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역시 미국처럼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 배에 탄 미국과 유럽"

독일 일간 디벨트는 6일 "재정위기로 기력을 상실한 유럽이 무기력하게 글로벌 경제위기에 휩쓸리기 일보직전"이라고 보도했다. 디벨트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가를 비롯해 영국 등이 모두 최근 몇 년간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해왔다"며 "긴축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글로벌 경기 호전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환경은 미국발 위기로 정반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경우 이미 경기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영국과 덴마크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위기가 간신히 틀어막고 있던 유럽 재정위기 '대폭발'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공포도 적지 않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면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 스페인을 넘어 벨기에와 프랑스까지 확산될 것이란 우려다. 네덜란드 언론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8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CB는 그동안 경제 규모가 작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국채만 매입해 왔다.

◆미국 무너지면 독일 경제도 불꺼져

이번 미국발 위기가 유럽의 경제엔진 독일마저 침체에 빠뜨릴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수출 증대를 발판으로 유럽 내에서 '나홀로 성장'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자산버블이 본격적으로 꺼질 경우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독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이탈리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현재의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이 세 배로 커지더라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일이 이탈리아가 쓰러질 경우엔 지원을 포기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럽 주요 국가들은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는 데 부심했다. 프랑수아 바로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탄탄한 미국 경제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고,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부 차관은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무시해도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욱/김희경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