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美 '숨고르기'..韓 '통미봉남' 차단 주력
中 6자재개 시기 저울질..러 '중간자役' 모색

발리 남북대화와 뉴욕 북미대화로 이어지며 급피치를 올리던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그간의 탐색전을 거쳐 표출된 각국의 입장차를 바탕으로 '종착역'인 6자회담 재개의 접점을 찾아가는 '새로운 모색'의 과정에 진입한 것이다.

그러나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6자의 셈법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앞으로의 후속대화를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가져가느냐는 6자회담 본(本) 협상의 밑그림을 좌우하면서 누가 유리한 협상고지를 선점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미대화 결과의 평가를 둘러싼 각국의 미묘한 온도차는 앞으로 6자회담 재개의 '수상전'이 복잡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색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힘겹게 전환됐으나 6자회담으로 가는 길은 또 하나의 "지난한 과정"(정부 고위당국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숨고르는 北ㆍ美 = '1라운드'를 거치며 서로의 의중을 테스트해본 북ㆍ미는 일단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내부 분석과 '우군'들과의 조율을 거쳐 '2라운드'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다음 수순'을 서두르는 분위기인 반면 미국은 신중한 모드를 견지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물리적 '협상시간표'가 촉박해 보인다.

서둘러 미국과 본(本)회담을 열어 관계정상화와 안전보장을 확약받고 6자회담 국면으로 이동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핵심 목표다.

그러려면 증강된 핵능력을 과시하며 협상력을 키우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한ㆍ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에는 '협상카드'를 미리 꺼내 보인다는 측면에서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제한적 수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뉴욕 북미대화 이후'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명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전략적 인내' 기조를 '관여'로 전환했지만 과거 북핵협상 실패가 되풀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북한의 행동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에 속도를 내는데 대해 보수 공화당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내년 대선 가도에서 북핵 협상이 의미 있는 외교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장 서두르기보다는 공조파트너인 한국, 일본과 조율을 거치고 중국과의 전략적 공감대를 모색하며 후속대화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후속 북미대화의 시기와 횟수 등 '형식'도 중요하지만 북한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끌어내느냐 하는 '내용'이 보다 핵심적 관건이다.

대북 식량지원의 속도와 규모도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 韓 '통미봉남' 차단 = 정부로서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병행이 주요한 과제다.

6자회담 재개의 길목에 들어선 현 국면에서 남북대화가 '존속'되지 못할 경우 대외협상력 확보와 국내정치 측면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른바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다.

북핵 논의의 창구가 북미대화로 전적인 쏠림 현상을 보일 경우 정부의 6자회담 재개 이니셔티브가 약화되고 자칫 '외교적 고립' 국면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남북 비핵화 회담을 '통과의례'로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후속 남북대화를 성사시킬 필요성이 있다.

앞으로 관련국들을 상대로 한 외교적 교섭은 북미-남북대화의 병행 개최가 초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미공조'의 강화는 그 핵심이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9일 워싱턴 D.C로 날아가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조짐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지원문제가 후속 남북비핵화 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순수 남북대화와 비핵화 대화가 분리돼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양대 트랙을 '선순환 구조'로 가져가는 게 한반도 정세운용 전략상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 메시지가 주목된다.

◇ 中 '6자회담 재개시기' 저울질 = 6자회담 재개에 가장 적극적 드라이브를 걸어온 중국이 의외로 신중하다.

6자회담 재개 3단계 프로세스 중 1단계(남북대화)와 2단계(북미대화) 성사로 3단계로 가기 위한 형식요건이 갖춰졌으나 그다지 서두르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는 관련국들의 추가 교섭과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을 통한 '사전정지' 작업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ㆍ일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담 조기재개를 선언해봐야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북미 간 추가 교섭상황을 봐가며 6자회담 재개의 드라이브 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ㆍ중 양국은 북미대화 이후 6자회담 조기재개라는 공통의 이해 하에 향후 대화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대응전략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취할 사전조치 이행의 '수위'를 놓고는 일정한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 러 '중간자역' 모색 = 현재 남북미중 중심의 6자회담 재개흐름에서 러시아는 국면 진전을 위한 일정한 '방향타'를 제공하는 '중간자 역할'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과 보조를 맞춰 6자회담 조기 재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여 북한에 대해 비핵화 사전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등거리' 외교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개입력을 확보해두려는 포석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우군화'의 필요성이 크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성환 외교장관은 8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

북핵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수행한다.

◇ 日 '북일대화'에 관심 = 한국, 미국과의 북핵공조 틀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국내정치적 이유로 인해 북한과의 양자대화 추진이 긴요한 과제다.

납치자 문제라는 '미제' 때문이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일차적으로 매듭된 이상 북일대화를 추진할 명분과 여건은 갖춰져 있고 일본 민주당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이달 중으로 북일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 흐름과의 연계가 문제다.

북일대화의 시기와 의제가 관련국 사이에 정밀하게 조율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독자 추진될 경우 6자회담 재개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의 교섭은 최근 독도갈등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