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센티널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천 스와이티스 최고경영자(CEO)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니 자유낙하(mini free fall)를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뉴욕증시에 드리운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35%나 급등해 31.66을 기록했다. 2007년 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VIX는 S&P500 지수가 향후 30일간 얼마나 변동할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높을수록 변동성이 큰 것을 의미한다. 30을 넘으면 '공포 상태가 아주 높음'을 뜻한다.

다만 5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루디 나르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다소 개선된 만큼 일단 소나기는 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공동 최고경영자도 "기대보다 높은 고용수치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물론 절대치로 보면 좋은 숫자는 아니지만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월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미국 경제 상황과 동조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인 스티븐 홀든은 "4일 주가 하락은 오랫동안 예견된 일이 현실화된 것뿐"이라며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RBC글로벌자산관리의 미국 주식거래팀장인 라이언 라슨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구도 떨어지는 칼을 잡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가베로리앤코의 도린 모가베로 대표는 "지난 3년간 워싱턴과 언론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있다고 말해왔지만 지금 우리는 회복은커녕 성장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재정긴축이 있을 것이란 점은 투자자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사용할 실탄이 없다"

문제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과 이에 따른 증시의 자유낙하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는 이미 사실상 '제로(0)' 상태다. 두 번의 양적완화를 통해 2조30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미국 경제는 홀로서기를 할 만큼 강해지지 못했다.

블랙록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경제는 너무 약한 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