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시행하기로 예정돼 있는 소득 · 법인세 감세(減稅)가 철회되면 정부는 다른 세제지원을 통해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감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의 세제개편안과 감세를 철회할 경우에 대비한 세제개편안을 각각 따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012년 발생한 소득분부터 적용키로 돼 있는 소득 ·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무산되면 비과세 · 감면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방법 등을 통해 세부담 증가분의 일부를 덜어줄 예정"이라고 4일 말했다.

◆감세철회 손실분 일부 보전

"국회가 감세 철회 땐 정부서 절반 보전"
재정부는 대내외 신인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일방적인 감세 철회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에 이미 명시된 감세 일정을 철회하는 데 따르는 세금부담 증가분의 일부라도 보전해주는 별도의 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고위당정회의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추가 감세는 없다는 당의 입장이 확고하니 정부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앞으로 당과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재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세계적 추세인 법인세 인하는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국회가 이를 철회할 경우를 가정해 두 가지의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논란이 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여부도 감세 철회와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 공제 축소는 백지화

법인세 감세가 철회되면 임투세액공제 연장 등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통해 법인세율이 내리는 것과 비슷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재정부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이 내년 20%로 낮아지는 데 따르는 감세 효과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부담을 덜어줘 법인세율을 21% 정도로 낮추는 효과를 내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에 대해서는 최고세율 인하를 전제로 만들어놓은 소득 · 세액공제 축소를 백지화하기로 했다.

◆감세 철회해도 세수 많이 안 늘어

소득세는 2010년부터 35%에서 33%로 줄이기로 한 것이 2009년 말 2년 유예됐다. 법인세 역시 최고세율을 1999년 28%에서 22%까지 계속 낮추다가 2010년부터 20%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2년간 유예됐다.

지난해 말 여 · 야는 아예 소득세 감세를 철회키로 의견을 모았고,올해는 법인세 감세 철회마저 사실상 여당의 당론으로 확정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부자 감세'를 없애고,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게 정치권의 철회 논리다.

그러나 재정부의 보전 방침으로 감세 철회가 이뤄지더라도 세수 증가분은 당초 기대했던 5조원가량을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