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에서 지식경제부는 요즈음 '무식경제부'로 불린다. '대안주유소'처럼 비현실적인 대책만 내놓는 것을 꼬집은 표현이다.

3일 오후 서울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028원97전.전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뒤 반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에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온갖 으름장을 놨지만,결국 별 소용이 없게 됐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그 시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들을 압수수색했고,회계사 출신의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내가 직접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며 업계를 압박했다. 정유사들은 담합을 통해 이익을 나눠갖는 집단으로 매도됐다.

급기야 지난 4월엔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3개월간 할인하는 초유의 이벤트까지 펼쳤다. 하지만 한시 할인이 끝나자 기름값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지경부는 '국영주유소' 논란을 불러 일으킨 대안주유소와 같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

기름값 할인 탓에 수천억원을 손해 본 정유사들은 답답할 뿐이라는 반응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3개월 동안 할인을 해줬지만,결국 남은 것은 소비자의 불신과 높은 기름값뿐"이라며 푸념했다. 지난 6월 말 이후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당분간 기름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유류세 인하의 필요성이 다시 힘을 얻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08년 유류세를 내렸을 때 관세 20원과 특별소비세 70원을 포함해 ℓ당 100원가량이 내려가는 효과를 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경부는 대안주유소에 대해 비판이 거세자 "올해 안에 시행은 힘들다"며 발을 뺐다. '사상 최대 과징금'으로 떠들썩했던 공정위의 정유사 담합 조사는 결과 발표 뒤 두 달이 지났지만,결론을 담은 의결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서울 휘발유 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전국 휘발유 가격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기름값 고통을 진정으로 헤아려야 할 때가 왔다. 업계를 압박하거나 현실성 없는 대책만으로 면피할 때가 아니다.

조재희 산업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