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경기 우려에 이틀째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100선이 깨지면서 206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지수는 530선 초반으로 밀렸다.

이는 미국 부채협상이 타결된 후 미 연방정부의 지출축소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5.01포인트(2.59%) 급락한 2066.26으로 장을 마쳤다. 이틀새 106.05포인트가 떨어졌다.

2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경기 둔화 우려에 급락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2100선과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2088)을 밑돌며 장을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키운 지수는 2050선 중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6월3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이틀째 '팔자'에 나서 운수장비, 전기전자, 화학, 건설 등을 중심으로 787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2954억원, 713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낙폭 축소에 그쳤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오후 들어 '팔자'로 돌아선 가운데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됐다. 차익거래는 6367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는 838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5529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의 매물 부담이 컸던 운수장비가 4% 넘게 급락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주 3인방이 2∼4% 떨어졌다. 반면 운수창고업종에 속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호조 수혜 기대로 2%대 상승했다.

건설, 증권, 기계 업종이 3%대 밀렸고, 전기전자, 화학, 전기가스, 금융, 철강금속 역시 2%대 빠졌다.

시가총액 1∼10위 종목들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급락장에서도 대한해운은 회생계획안 제출에 힘입어 사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진흥기업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수주로 5%대 뛰었다.

삼성그룹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철수 결정 여파로 삼성그룹 MRO 사업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가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차적으로 2000선 부근에서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주가수익비율(PER) 9.5배 수준인 2000대 초반을 증시 하단으로 잡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고용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증시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의 더블딥 우려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경기회복 둔화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고, 증시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하방 경직성은 확보됐다"며 "코스피지수가 더 하락한다면 2050선 수준에서 자금 집행 여력을 갖춘 연기금 쪽이 지지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상한가 9개 등 145개 종목만이 상승했다.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2개 등 719개에 달했다. 41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6.15포인트(1.14%) 떨어진 531.9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40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도 121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기관은 45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지만 인터넷, 디지털콘텐츠 등의 업종은 장중 반등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CJ오쇼핑은 2분기 실적발표을 앞두고 4% 넘게 뛰었다. 장중 30만2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다시 쓰며 마감했다.

네오위즈게임즈를 필두로 네오위즈, 게임빌, 드래곤플라이, 위메이드 등 게임주가 1∼7%대 강세를 보였다.

제닉은 상장 첫 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2만2000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코스닥시장에서 상승종목은 상한가 11개를 비롯해 212개에 그쳤다. 반면 하한가 3개 등 763개 종목은 내렸고 40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경기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60원(0.91%) 오른 1060.4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