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글로벌 위기가 재발할 경우 아시아 8개국 중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은행들이 대외부채상환능력비율,예대율 등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보다도 충격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외환건전성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터라 주목을 끌 만한 내용이다.

이유가 없지 않다.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높다지만 몇 배 더 심각한 것이 완전히 빗장이 풀려 있는 자본시장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투자금을 빼내기 쉬운 나라로 보는 게 한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휘청이던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3조원 이상 순매수해 두 달 연속 보유채권 잔액이 사상 최대다. 올 들어 7개월간 채권 순매수액은 27조원에 이른다. 넘쳐나는 달러가 환율을 끌어내리는 것도 염려스럽지만,상황이 급반전할 경우 썰물처럼 빠질 위험은 더욱 크다. 금융위가 은행 외화유동성을 들여다보고,기획재정부가 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규제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한국이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1997년 외환위기,2003년 카드 사태,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화 부족의 '트라우마'가 생생하다. 외환보유액이 3100억달러에 달해 실탄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닥치면 보유액은 무의미하다. 파생시장은 1분기 거래액만 1경8872조원이다. 9 · 11 테러나 금융위기 상황이 재발한다면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누가 이렇게 빗장을 풀었는지 개탄스럽지만 지금으로선 대비책 외엔 방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