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수개월간의 '정치쇼'가 지난달 31일 극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월스트리트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1일(현지시간) 장 초반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주가는 결국 하락세로 마감했다. 래리 해서웨이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채 협상 타결보다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됐다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을 디폴트 위기까지 몰아넣었던 부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개월 동안 지켜본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지지부진한 부채 협상으로 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에 한 가지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다른 불확실성들도 많기 때문에 미국 부채 협상이 그동안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쳐왔고 이것이 타결됨으로써 앞으로 경제가 얼마나 좋아질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확실한 건 워싱턴에서 전해진 희소식보다 미국,유럽 심지어 중국에서도 경제 활동이 둔화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이다. "

▼협상 타결로 정부의 긴축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경제 회복세가 더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긴축 자체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긴축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그나마 경제를 떠받쳐왔는데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안그래도 약한 경제가 더 약해질 우려가 있다. "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보는가.

"그동안 말해온 것만 봐서는 그렇다. 재정적자 축소 규모가 S&P가 제시한 기준인 4조달러에 못 미쳤다. 하지만 당장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의회 내에 새로 설치될 특별위원회가 내놓을 재정적자 감축안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와 피치도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란 어떤 코멘트도 내놓지 않았다. "

▼협상이 타결됐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 국채에 대한 신뢰에 손상이 갔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사실이지만 영향이 오래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1995년에도 연방정부 폐쇄로 인해 미국 국채와 달러의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 영향은 그다지 크지도 않았고 오래가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