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醫 전문가, 의약품 재분류 공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내달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일반약과 전문약의 재분류를 위한 세부기준과 원칙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는 의료계와 약계가 전문가를 앞세워 소비자단체가 제시한 17개 재분류 대상 의약품을 놓고 재분류가 적정한지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목동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1∼3차 회의에 이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약'과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약'을 새로 분류하는 '의약품 재분류' 문제를 논의했다.

대한의사협회 측 전문가로는 대한안과학회 회원인 강북삼성병원 최철영 교수 등 9개 학회 소속 임상의사 9명이 참석했으며 약사회 측 전문가는 약대교수협의회가 추천한 부산대 약대 김형식 교수 등 5명의 교수가 의견을 냈다.

특히 지난 1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예고된 대로 녹색소비자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소비자단체가 재분류를 요청한 17개 품목을 놓고 전문가들이 재분류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당시 소비자단체는 노레보원정(사후응급피임약), 히아레인점안액0.1%(인공누액) 등 전문약 13개 품목의 일반약 전환을 요청했다.

반대로 일반약에서 전문약 전환을 요구한 의약품은 복합마데카솔연고(피부염치료제) 등 4개 품목이다.

특히 복지부가 일반약 전환 가능 전문약으로 제시한 전문약 4개 품목과 관련해 일반약으로 전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놓고 대한의사협회 측 전문가와 대한약사회 측 전문가의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4개 전문약은 변비약인 듀파락시럽(성분명 락툴로오스), 위장약인 잔탁75㎎(성분명 라니티딘)과 가스터디정(성분명 파모티딘), 인공눈물인 히아레인 0.1점안액(성분명 히알루론산나트륨)이다.

의료계는 임상결과를 토대로 의사 처방 없이 오남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반면, 약계는 전 세계 주요국의 분류 사례를 들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강북삼성병원 최철영 교수는 히아레인점안액0.1%가 여러 형태의 안구건조증 치료에 쓰는 인공누액이라기보다는 약한 결막 손상 치료에 처방하는 각결막경화치료제로 원인이 다양한 안구건조증에 처방 없이 쓸 경우 안구건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순천향대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외국의 경우 올바른 성교육으로 경구피임이 3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정란의 착상에 영향을 주는 황체호르몬 함량이 경구피임약보다 최대 30배에 달하는 사후피임약을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약계 전문가들은 히아레인이 개발국인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일반약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사후피임약의 경우 청소년 낙태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상충된 견해를 보였다.

한편, 식약청은 내달 8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개최할 예정인 5차 회의에서 일반약과 전문약의 상시적 재분류 체계 마련을 위한 세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의료계와 약계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식약청이 세부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편의성을 우선시해야 할 의약품 재분류 문제가 의료계와 약계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기준은 외국의 현황과 국내외 보고된 부작용의 심각성, 약리기전을 토대로 관련법에 규정된 원칙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작용의 경우 임상시험 관리규정 상 입원 등 중대한 부작용으로 분류되는 빈도를 따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청 장병원 의약품안전국장은 "약사법에 명시된 의약품의 재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세부 원칙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일반약의 슈퍼마켓 판매를 위한 법률 개정 등 재분류 이외의 사안은 주요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