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에는 요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하를 넣어뒀던 사람들이다.

한 예금자는 기자에게도 전화해 "원리금 5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떼일 염려가 없다고 하는데,예보는 언제 주겠다는 것인지조차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 점거농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들 중 가장 늦게 저축액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거액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가 두 달 넘게 "5000만원 이상 예금과 후순위채 투자액에 대해서도 전액 보상하라"며 부산 초량동 본점을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보 직원은 물론 검찰 수사관조차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저축은행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없으니 재산 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

부산저축은행은 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예보가 7개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한 결과 중앙부산 · 부산2 · 도민 등 3곳은 대신증권에 팔렸고,전주 · 대전 · 보해 등 3곳은 KB금융지주 또는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될 전망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계약이전을 마치고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이들 6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은 이때부터 저축액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고 약정이자까지 받게 된다.

반면 부산저축은행 사정은 다르다. 매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5000만원 이하 예금자 12만여명의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원리금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파산절차를 밟게 되면 소액 예금자들은 총 668억원의 이자를 손해볼 것이란 계산이다.

예보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경영진이 현장에 내려가 농성 해제를 설득하고 호소문까지 냈지만 40여명이 끝까지 버티고 있다"며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환수액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도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부실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해 재산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보가 더이상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될 것 같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