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르메스가 15일부터 제품가격을 평균 5.6% 내리기로 했다.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명품 브랜드가 판매가를 인하하기는 에르메스가 처음이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하는 지난 1일 FTA가 발효된 뒤 프랑스 본사에서 '제품군별로 가격을 얼마나 내릴 것인지 제안서를 내라'는 지시에 따라 지난 13일 인하폭이 최종 결정됐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청담동의 도산파크 부티크 등 국내 9개 매장에서 동시에 적용된다.

인하폭이 가장 큰 제품은 여성 · 남성용 신발로 10%씩 가격이 내려간다. 다이어리 등 소품류도 10% 인하되고 남성용 넥타이는 9.2~9.4% 싸진다. 주얼리와 실크스카프는 전 세계 판매가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장 인기가 많은 가죽 · 캔버스 소재의 가방은 평균 5% 내려간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사진)은 3%,'켈리백'은 6% 인하된다. 버킨25는 1236만원에서 1199만원으로 37만원(3%)이,켈리35는 988만원에서 929만원으로 59만원(6%) 싸진다.

이처럼 에르메스가 가격을 내린 것은 샤넬(25%) 루이비통(5%) 까르띠에(8%) 등 다른 유럽 명품들이 최근 가격을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르메스 제품의 원산지는 프랑스(78%),이탈리아(20%),스페인 영국 등 EU가 99.3%를 차지,대부분이 이들 지역에서 생산 · 직수입된다.

에르메스 코리아 관계자는 "EU에서 직수입하는 브랜드여서 관세 인하폭만큼 고객들에게 가격인하 혜택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 EU FTA 발효로 인한 관세 인하를 적용받으려면 원산지,생산지는 물론 선적지까지 EU여야 한다. 구찌그룹의 명품 브랜드(구찌,이브생로랑,보테가베네타 등)가 이번 FTA 관세 인하 대상이 안 되는 까닭도 EU 소속이 아닌 스위스를 통해 들여오기 때문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