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통안채 2년물 금리보다 낮은 '기현상'이 올 들어 6개월째 이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염두에 두고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수요 등이 국고채 3년물로 집중되면서 이 같은 장 · 단기물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 2월18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94%를 기록하며 같은 날 통안채 2년물 금리인 연 3.95%보다 0.01%포인트 낮아진 이래 약 5개월 동안 이들 두 채권의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연 3.70%로 통안채 2년물 연 3.81%보다 0.11%포인트 낮게 마감했다.

박종현 토러스투자증권 채권부장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와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다는 점에서 신용도가 동일함에도 만기가 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통안채 2년물보다는 국고채 3년물의 수급 상황이 더 우호적으로 전개되면서 두 채권 간 금리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석 L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한 달에 국고채는 한 번 발행되는 데 비해 통안채는 두 번 발행돼 공급이 기본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지속으로 향후 통안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마저 가세해 통안채 2년물 금리가 국고채 3년물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 강세 기대로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 매수를 꾸준히 늘리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한국 채권을 매입하는 외국인들은 국채 선물을 통해 헤지 전략 등을 구사할 수 있는 국고채 3년물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며 "원화가 강세였던 2006년 7월부터 약 2년 동안에도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통안채 2년물보다 낮은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 책임연구위원은 "환율이 충분히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해 원화에 대한 저평가 매력이 해소될 때까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통안채 2년물 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