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6조-매출 12조..대기업집단 서열 23위
대기업 "무관심"..의외 복병 출현 여부 주목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10년째 새 주인을 찾는 하이닉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채권단이 정한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 시한이 8일 오후 4시인 만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자산 16조원에 작년 매출 12조원의 '공룡' 하이닉스를 사들일만한 대기업이 많지 않고 이들도 대부분 부정적 의사를 미리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인수·합병(M&A) 시장의 특성상 1차 매각을 추진했을 때의 효성처럼 뜻밖의 인수 후보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대부분 대기업 "관심 없다" = 기존 사업과의 연관 시너지 효과는 적지만 마지막 남은 현대 계열사인 하이닉스를 품음으로써 '옛 현대가(家)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 점쳐졌던 현대중공업이 5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정유), 현대종합상사(에너지개발)를 잇따라 인수하고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사들임으로써 현대 가문이 하이닉스를 한지붕 아래에 두고 2000년 이후 재계 1위 자리를 내줬던 범삼성가(家)를 본격적으로 추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왔던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전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다른 대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나 증권가에서 이런저런 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은 현재로선 예외 없이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2009년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한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준비하거나 논의한 것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외환위기 이후 '빅딜'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떼줘야 했던 '원주인' LG도 하이닉스가 매물로 시장에 나올 때마다 거론되고 있지만 "관심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그룹이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정한 전기차(EV)용 배터리,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기는 이른바 `빅딜'에 반대하다 좌절을 겪었던 구본무 LG 회장도 하이닉스 인수에 강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반도체 중 아날로그 반도체에 특화해 10년 만에 처음 지난 1분기 영업흑자를 낸 동부도 "같은 반도체라도 하이닉스와는 '업(業)의 특성'이 다르다.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실익이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독과점 규제에 걸릴 공산이 큰 삼성을 비롯해 SK, GS, 한화, 현대그룹 등도 한결같이 "의향서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거나 "전혀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 10년째 새 주인 찾는 하이닉스 = 하이닉스의 모태는 현대전자다.

1983년 창립된 현대전자는 1996년 기업을 공개하고 상장했으며 1999년 외환위기에 따른 정부의 유관산업 빅딜 정책에 따라 그 해 5월 LG그룹과 LG반도체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현대반도체(옛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으며 합병 당시의 차입금은 15조8천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D램 값이 폭락하면서 다음 해인 2000년 12월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으며 국내 은행의 채무 조정을 거쳐 8월 현대그룹서 계열분리가 확정돼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채권단이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하고 최대주주가 현대상선에서 외환은행으로 바뀌었으며 감자를 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채권단은 그 와중에서도 2005년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시에 현지 합작공장을 착공하고 경기 이천에 준공한 M10 공장에서 300㎜ 웨이퍼를 본격 양산하는가 하면 2007년 충북 청주 M11 공장을 착공하는 등 국내 업계가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하이닉스를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금융기관 위주의 주주협의회가 10년간 연구·개발(R&D)이나 투자를 충실하게 집행해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의 지위를 굳히게 한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2005년 7월 공동관리를 조기 종료키로 확정하고 2009년 9월 안내문을 발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이닉스 매각을 시도해왔다.

몇 차례 매각이 무산된 사례가 있었기에 현대중공업이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힌 6일에도 하이닉스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주협의회가 가진 지분을 파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