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메시지.."엔론 공중분해 기억해야"
"2분기 실적반등 못한듯..더 독하게 일하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사내 부정·부패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히며 '정도경영'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내 부정 일소를 앞세운 이후 구 부회장도 이처럼 '클린경영'을 내세운 만큼 재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주목된다.

6일 LG전자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5월1일부터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고 세계 곳곳에 계신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있다"며 "많은 임직원이 조직문화 혁신은 물론 제품 제안과 사업 전략 등 의미있는 의견들을 보내 주셨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이어 "가슴 아픈 것은 메일 가운데 정도경영에 관련한 제보가 적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도경영이야말로 글로벌 1등 LG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행동 방식임을 강조해 왔음에도, 아직도 정도경영 위반 행위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도경영을 몸소 실천하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없다"며 "몇 해 전 세계 최고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엔론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된 것도 바로 정도경영에 대한 무지와 방관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도경영은 어떤 이유로도 양보나 타협을 할 수 없는 절대가치"라며 "지속가능한 일등 LG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정도경영이 확고하게 정착돼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따라서 저는 제보된 사례에 대해 하나하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만일 실제로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단호하게 조치함으로써 정도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조직에 다시는 정도경영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제보가 나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정도경영의 실천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회사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정도경영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며 "이번 메시지도 그와 같은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 부회장은 상반기 실적과 관련해선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각 사업부문 전반에 걸쳐 눈에 띄는 반등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더 이상 실적이 악화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제는 앞으로 전진하는 일만 남았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악착같은 자세로 독하게 일한다면 머지않아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옵티머스 2X와 시네마 3D TV에 이어 신개념 의류관리기인 트롬 스타일러 등 시장 선도 제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은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도록 독한 자세로 도전하자"고 격려했다.

지난 4월부터 각 사업장에 전달하고 있는 'CEO 피자'에 대해선 "작은 정성이지만 기쁘게 받아 동료들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진한 동료애를 느꼈다"며 "저 역시 더 독한 자세로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CEO 피자에 축배를 더할 수 있는 날을 앞장서 만들어 가야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