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여성을 살해한 일본인 살인범이 자신의 2년7개월 도피 행각을 소개한 책을 팔아 번 돈을 피해 보상에 쓸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엽기 행각의 주인공은 2007년 3월 일본 지바(千葉)현 이치가와(市川)시의 자택에서 영국인 영어 강사 린제이 앤 호커(당시 22세)씨를 죽인 뒤 도주한 이치하시 다쓰야(市橋達也.32).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이치하시는 2년7개월간 일본 동북쪽에 있는 아오모리(靑森)에서 최남단인 오키나와(沖繩)까지 일본 전역을 전전했다.

주요 은신처로 삼은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물고기나 게, 뱀 등을 잡아먹으며 지냈고, 일본 전역에 지명수배되자 직접 바늘과 실을 이용해 코를 꿰매거나 칼로 점을 도려내는 '성형수술'까지 했다.

이치하시는 2009년 10월 나고야(名古屋) 시내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가 병원측의 신고로 같은 해 11월 체포됐다.

일본에서 범죄 용의자가 성형수술을 받아가며 도피한 일은 1980∼1990년대에도 일어난 일이 있다.

이치하시가 특이한 점은 체포 직후인 지난해 1월 자신의 도피 행각을 담아 '체포되기까지 공백의 2년7개월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수기를 출판했다는 것. 자신이 경찰을 어떻게 따돌렸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셈이다.

4일에는 지바 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고, 이치하시의 변호인은 수기 인세 1천100만엔(약 1억4천만원)을 피해 보상금으로 피해자 유족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이치하시측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첫 재판은 피해자의 유족과 영국 취재진이 방청한 가운데 57석의 일반 방청석을 1천명이 신청하는 등 큰 관심 속에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