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ㆍ참여도 높아져..투표 장소 부족ㆍ불편
투표소 변경 등 투표율 제고 대책 검토

미주 지역에서 30일(현지시각) 실시된 2차 모의 재외 국민선거에서는 지난해 11월의 1차 때보다 관심도와 참여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권 유무를 판단하는 전산 시스템 점검이라는 2차 모의 선거의 목적 때문에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지 않아 투표율에 큰 의미는 없지만,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은 투표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 자격 확인, 투표장 교통불편ㆍ부족, 투표용지 전달 등 문제점이 남아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워싱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워싱턴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모의 선거가 실시됐다.

전체 투표 대상 인원 61명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현재 28명이 투표를 끝내 최종 투표율은 50∼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서 투표권을 가진 전체 재외국민 수는 약 87만명으로 추산되고 중앙선관위는 미국의 10개 총영사관에 모두 재외선거관을 파견했다.

정태희 재외선거관은 "미국은 내년 재외 선거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중요한 지역"이라면서 "투표 진행의 불편함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상의 흠결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모의선거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 말소 신고를 하지 않은 미국 영주권자가 단기체류자 자격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발견됐고,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우편으로 배달되는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사례도 파악됐다면서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황재훈특파원)

◇ 뉴욕
뉴욕 맨해튼의 한국총영사관에서 실시된 모의선거는 1차 때의 3배에 가까운 투표율을 보였다.

애초 50명 정도를 기대했던 투표 희망 신청자도 66명으로 예상치를 넘었고 투표율도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81.8%(54명)에 달해 1차 때의 29.6%(신청자 689명 중 204명 투표)를 훨씬 초과했다.

신청자 중 과반수가 영사관과 유엔대표부 직원 등이었지만 영사관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라며 전반적으로 재외국민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표 참가자들은 외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투표 장소가 부족해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주열 씨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외국에 와서도 행사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고 연수를 왔다는 이혁희 씨는 "신청하고 투표하기 위해 영사관에 2번이나 와야 해 불편하지만, 투표권 행사를 위해서는 참을 만 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최영수 변호사는 "한국인들이 플러싱과 팰리사데스파크에 많이 사는데 투표하러 맨해튼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며 "재외 국민선거를 통해 재외 국민이 고국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진승엽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완벽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원특파원)

◇ 애틀랜타
애틀랜타 총영사관에서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참가 희망자 46명을 대상으로 모의 선거가 실시됐다.

김동원 재외선거관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 처음 실시되는 재외 국민 선거를 앞두고 총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담당 지역이 넓어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투표 장소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애틀랜타 총영사관 담당 지역이 조지아, 플로리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노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앨라배마 등 6개 주에 달해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장소를 총영사관이 아니라 교통이 편리한 애틀랜타 한인회관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10월13일까지 2개 정당 대표와 중앙선관위 지명인사 2명, 공관 1명 등 총 5명으로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휴스턴 총영사관에서도 영사관 건물 내에 설치된 투표장에서 모의 재외선거를 실시했다.

(안수훈특파원)

◇ 멕시코
동포 1만1천여명이 거주하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이날 낮 12시 현재 투표 대상자 80명 중 13명이 투표했다.

최종 투표율은 30% 정도로 예상됐다.

중앙선관위는 멕시코 주재 대사관에 재외선거관 1명을 파견해 재외 선거정보시스템, 선거 과정 전반의 개선점 필요 여부 등을 점검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1차 모의 선거 때 유권자 회송용 봉투 미지참, 유권자 원거리 거주로 인한 선거 홍보 어려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김명수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선거는 재외선거 시스템을 최종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멕시코의 경우 수도를 제외하면 유권자들이 흩어져 거주하고 있어 투표율을 높이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양정우특파원)

◇ 브라질
남미에서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 인근 한국총영사관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2차 모의 선거는 재외선거정보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시행되는 만큼 브라질에서는 40명의 동포와 공관원, 상사주재원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루어졌다.

지난해 11월 14~15일 1차 모의 선거 때는 300여 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1차 모의 선거 때와는 달리 이번 2차 모의 선거에서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 대부분 국가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문남의 재외선거관은 "한인회와 동포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재외 국민선거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높았다"면서 "브라질에서는 상사 주재원 등 일반 체류자까지 합치면 대략 6천∼7천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소의 안전 확보와 투표함의 공항 우송 등과 관련해 현지 경찰에 이미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재외국민선거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에서는 전체 5만여 명의 동포 가운데 재외국민으로 등록된 영주권자가 2만3천여명이며, 이 중 30% 정도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순특파원)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