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주류 회사인 영국의 디아지오가 중국의 유명 바이주(白酒) 회사인 수정방(水井坊 · 수이징팡)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수정방 모회사인 취안싱그룹 지분 49%를 매입한 디아지오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경영권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지분 4%를 추가로 사들였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간판 주류업체 경영권 매각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기업을 외국 기업이 사들인 첫 번째 사례라는 의미도 있다.

◆외국기업, 본토 상장사 경영권 첫 인수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27일 "중국 정부가 디아지오의 수정방 인수를 승인했으며 곧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수정방은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5.89% 급등했다. 텔레그래프는 "디아지오의 수정방 인수는 중국 본토 증시의 상장회사를 외국 기업이 인수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디아지오는 지난해 3월 취안싱그룹 지분 4%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49%에서 53%로 끌어올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취안싱은 수정방의 지분 약 40%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독점 가능성을 제기하며 승인을 미뤄와 1년3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았다.

디아지오의 취안싱 지분 4% 추가 취득에 대해 중국 정부가 승인을 공식 발표하면 디아지오는 수정방 지분 60%도 63억위안(1조500억원)에 매입할 방침이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회담에서 인수를 허용하기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회담 후 "디아지오의 중국 투자는 영국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식음료업체 중국 공략 가속화

디아지오의 수정방 인수는 중국 주류업계는 물론 식음료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인들은 해외 기업이 중국의 전통 술인 바이주 회사를 사들이는 것에 대해 반발해왔다. 중국에서 거세진 민족주의가 보호주의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2009년 코카콜라가 중국 음료 업체인 후이위안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승인을 계기로 외국 기업의 중국 식음료 회사에 대한 인수 · 합병(M&A) 움직임이 다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바이주 시장은 지난해 중국 전체 주류 시장의 32%를 차지했다. 연간 매출 규모는 8058억위안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13% 증가했으며 위스키의 45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들은 그동안 호시탐탐 바이주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젠난춘 계열사의 지분 55%를 사들였으며 페르노리카 등도 지방의 바이주 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도 바이주 회사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최대 바이주 회사인 마오타이가 5%에 불과한 해외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주류업체와의 합작을 모색하는 등 바이주 업체와 외국 업체 간 합작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완/박해영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