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48 · 사진)는 '규모의 경제'보다 '범위의 경제'를 중시한다. 한 기업이 여러 가지 제품을 함께 생산해 토털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많은 기업이 각각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평균비용이 적게 든다는 경제학 교과서를 토대로 한 생각이다. 지난 1일 전략운용그룹 대표에서 총괄 대표로 승진한 그는 기자와 만나 "경영전략부터 정보기술(IT)까지 포괄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범위의 경제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경력도 '범위의 경제'형이다.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과 쌍용경제연구소,쌍용정보통신 등을 거쳐 2000년 딜로이트컨설팅에 들어왔다. 애널리스트였던 그가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IT까지 섭렵한 뒤 컨설팅업계 입문 1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것.김 대표는 《CEO,역사에게 묻다》 《위대한 기업,로마에서 배운다》 《잘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 등 다수의 경영학 서적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컨설팅 회사 CEO로선 이례적으로 경영학 석사(MBA) 출신이 아니다.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않았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를 딴 게 전부다. 그러면서도 스탠퍼드 하버드 등 톱 클래스 MBA 출신 컨설턴트들을 거느리고 있다. 김 대표는 "컨설팅 회사에서 어느 정도 학벌이 필요해 MBA 출신을 많이 뽑지만 MBA가 아니면서도 보석 같은 인재가 많다"며 "그동안 능력이 없어 퇴사한 MBA가 1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컨설턴트를 '삼척동자'라고 합니다. 몰라도 아는 척,안 바빠도 바쁜 척,없어도 있는 척하는 것이지요. 경험과 아이디어를 파는 무형의 서비스이다 보니 학력도 잘 포장해야 하지만 MBA는 플러스 알파 요소 정도입니다. 아무리 MBA라도 통찰력이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 견뎌내기 힘든 업무이지요. 딜로이트컨설팅에는 250여명의 컨설턴트가 있는데 이 중 30%만 MBA이고 학사가 40%가량입니다. 나머지는 경영학 이외 다른 전공을 한 석사들이지요. "

김 대표는 앞으로 기업 경영의 화두가 '글로벌 3.0'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2.0시대에 소수의 대기업만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면 글로벌 3.0시대에는 세계화가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3.0시대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K팝의 성공"이라며 "유튜브와 모바일 기기 보급 등 모바일혁명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제조업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까지 세계화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3.0시대에 맞는 기업의 대응책으로는 '스마트 워킹'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기업조직은 18세기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공장제 조직인데,공장제 조직의 핵심은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모바일혁명으로 일반적인 기업 업무가 시공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에 걸맞게 기업구조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