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시가총액 1000억~1조원 규모의 중형주가 이전까지 증시를 주도하던 대형주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2100 사이 박스권에서 지루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올 들어 대형주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작았던 중형주 가운데 실적이 좋은 종목을 선별 매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횡보장세가 길어질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홀로 상승한 중형주

27일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중형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5.36% 상승했다. 대형주가 0.19%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소형주가 2.81%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올 1월3일 2070.08이던 코스피지수는 27일 2070.29로 마감,대형주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228.96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5월2일과 비교해도 대형주는 이후 하락폭의 16.8%밖에 회복하지 못했지만 중형주는 67.8%까지 올라온 모습이다.

이는 기관 및 외국인의 매매 움직임과 일치한다. 대우증권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1위에서 300위까지 200개 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은 해당 종목군에서 5월 이후 151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시총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에서는 4조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6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세를 보이며 올 들어 가장 강한 중형주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다. 기관은 대형주도 1조1000억원을 쓸어담았으나 3월 한때 5조원에 가까운 순매수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서는 매수세가 많이 약해졌다.

◆불확실한 증시 환경에 장점 부각

이는 증시 전반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 때문에 대형주에 투자하기는 두렵고,아예 증시에서 돈을 빼기에는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펀드 등의 기관자금이 중형주로 '피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회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됐던 작년 5월에도 중형주 장세가 나타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형주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작아 저평가 매력이 높다는 점도 이유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묶여 있다 보니 코스피지수와 동행성이 큰 대형주보다는 중형주로 수익 내기가 쉬워져 기관과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저평가 매력이 있다는 점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형주의 차별화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개선세에 있는 중형주 주목

전문가들은 중형주 내에서도 실적 모멘텀이 있거나 최근 기관 또는 외국인의 수급이 좋은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 센터장은 "2분기 이익전망이 상대적으로 좋은 유통,서비스,섬유 등 내수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기준으로 저평가 상태에 있으면서 6월 이후 기관이나 외국인의 순매수가 많았던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송원산업,이수화학,화신,일진디스플레이,케이씨텍,동아제약 등을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업종의 전반적인 부진과 상관없이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에스엔유프리시젼,AP시스템 등의 주가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