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하반기 글로벌 증시…'비관론'보다 무서운 '좀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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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주요국에서 '좀비' 우려…예측기관, 3분기 이후 탈피 가능
올 하반기를 앞두고 수정치를 잇달아 발표하는 예측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종전과 달리 '좀비(zombie) 국면'을 우려하는 시각이 유난히 눈에 띈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비관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좀비론'으로,향후 세계 경기와 글로벌 증시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꼽았다.
'좀비'란 본래 조직이론에서 나온 용어다. 근로자가 직장에 출근하지만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시체와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모든 기업이 위기를 당해 개혁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좀비족은 퇴출 우선순위가 된다.
모든 정책은 정책당국의 '신호'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해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느냐가 결정적이다. 만약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그만큼 지연되고,세계 경제는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3년차를 맞아 예측기관들의 우려대로 좀비 국면이 나타난다면 가장 큰 문제다. 남아 있는 위기극복 과제와 그동안 비상대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인 '애프터 크라이시스(after crisis)'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구축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수용층이 정책 신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서 좀비 국면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향후 미국 경제의 최대 적으로 '좀비 소비자'를 꼽았다. 총수요 항목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 구조에서 정책당국의 의도대로 소비자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소비지향 생활패턴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미국 소비자가 좀비현상을 보이는 것은 '디레버리지' 행위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부채를 축소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헤지펀드 업체 시브리즈 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는 스크루(screw),즉 '쥐어 짠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국민지지도에 따라 경제를 분류하는 시각도 많다. 각국의 현 집권당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60%를 넘으면 '탄력 경제',30% 밑으로 떨어질 때는 '좀비 경제'라고 부른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의 간 나오토 민주당 정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도가 20% 밑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온다. 일본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 경제가 좀비 국면에 처한 지는 오래됐다. 1990년대 이후 거듭된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제로' 금리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채무 등이 장기간 좀비 국면을 대변해 주는 정책비용이다. 경제 구조적으로 5대 함정(정책,유동성,구조조정,불확실성,빚)에 빠져 있는 것도 원인이다.
모든 위기국은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면 불가피하게 외부 수혈을 받는다. 바로 구제금융이다. 이후 'IMF 신탁통치'니 해서 국치(國恥)를 겪는다. 이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극복 의지를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전 국민이 나섰던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했던 한국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그리스는 '좀비 위기국'으로 분류됐다. 지난 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국민은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기보다 같은 상황에 처해 금모으기를 했던 한국 국민과 달리 오히려 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에 빠졌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경제현상은 악화(惡貨)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잘 통용된다. 유럽 국가처럼 무늬만 회원국(bad apples)과 건전한 회원국(good apples)을 '통합'이라는 한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건전한 회원국들도 썩게 된다. 이른바 전염문제다. 더 이상 고통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원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그리스를 유럽연합에서 탈락시키는 충격요법이다.
우리 경제 안에서도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좋든 싫든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국민은 적극 따라야 뭔가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루한 장세가 지속되는 것도 좀비 국면 때문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시각대로 올 3분기 이후 이 국면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좀비'란 본래 조직이론에서 나온 용어다. 근로자가 직장에 출근하지만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시체와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모든 기업이 위기를 당해 개혁과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좀비족은 퇴출 우선순위가 된다.
모든 정책은 정책당국의 '신호'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해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느냐가 결정적이다. 만약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그만큼 지연되고,세계 경제는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3년차를 맞아 예측기관들의 우려대로 좀비 국면이 나타난다면 가장 큰 문제다. 남아 있는 위기극복 과제와 그동안 비상대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인 '애프터 크라이시스(after crisis)'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구축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수용층이 정책 신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서 좀비 국면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향후 미국 경제의 최대 적으로 '좀비 소비자'를 꼽았다. 총수요 항목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 구조에서 정책당국의 의도대로 소비자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소비지향 생활패턴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미국 소비자가 좀비현상을 보이는 것은 '디레버리지' 행위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부채를 축소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헤지펀드 업체 시브리즈 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는 스크루(screw),즉 '쥐어 짠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국민지지도에 따라 경제를 분류하는 시각도 많다. 각국의 현 집권당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60%를 넘으면 '탄력 경제',30% 밑으로 떨어질 때는 '좀비 경제'라고 부른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의 간 나오토 민주당 정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도가 20% 밑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온다. 일본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 경제가 좀비 국면에 처한 지는 오래됐다. 1990년대 이후 거듭된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제로' 금리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채무 등이 장기간 좀비 국면을 대변해 주는 정책비용이다. 경제 구조적으로 5대 함정(정책,유동성,구조조정,불확실성,빚)에 빠져 있는 것도 원인이다.
모든 위기국은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면 불가피하게 외부 수혈을 받는다. 바로 구제금융이다. 이후 'IMF 신탁통치'니 해서 국치(國恥)를 겪는다. 이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극복 의지를 국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전 국민이 나섰던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했던 한국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그리스는 '좀비 위기국'으로 분류됐다. 지난 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국민은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기보다 같은 상황에 처해 금모으기를 했던 한국 국민과 달리 오히려 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국가채무 불이행)에 빠졌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경제현상은 악화(惡貨)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잘 통용된다. 유럽 국가처럼 무늬만 회원국(bad apples)과 건전한 회원국(good apples)을 '통합'이라는 한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건전한 회원국들도 썩게 된다. 이른바 전염문제다. 더 이상 고통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원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그리스를 유럽연합에서 탈락시키는 충격요법이다.
우리 경제 안에서도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좋든 싫든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당국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국민은 적극 따라야 뭔가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루한 장세가 지속되는 것도 좀비 국면 때문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시각대로 올 3분기 이후 이 국면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