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엘롭 노키아 CEO는 지난달 "2분기 이후 실적 가망을 포기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능이 떨어지는 운영체제 '심비안'을 선택한 전략이 실수였다. 발언 당일 노키아의 주가는 17.53% 급락,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애플사는 모바일 오픈마켓 '앱스토어'를 발판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사 소니를 제치고 업계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는 초기 휴대폰에만 사용됐지만 이제는 MP3플레이어,태블릿PC 등 자사의 모든 제품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주변 기기와의 통합을 이루었다.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지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이용하기 편한 운영체제를 갖춘 스마트폰은 기존 휴대폰과 통신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나아가 전체 정보기술(IT)산업과 제품 소비 행태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열악하다. 인터넷 보급률과 휴대폰 제조 기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2004년 이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이 2% 선에 머물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IT 융합과 콘텐츠 경쟁력이 미래 국가 산업의 먹을거리가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의 융합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IT 융합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1.8%,국내 IT 융합은 13%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정부도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 자동차 등의 제조업과 보안 · 의료 · 교통 등의 서비스 업종과의 융합을 지원하기 위해 WBS(World Best Software) 프로젝트를 추진,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산업 제품에 소프트웨어를 내장,새로운 서비스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산업 간 융합,주력산업의 선진화 등 산업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촉매제로 신시장 창출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통신,자동차,조선,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풍부한 IT 인프라와 응용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다양한 시장 창출이 용이하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산업적 측면에서 육성한다면 기술 종속성이 심화되고 있어 레드오션이 돼버린 패키지소프트웨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선진국과 크게는 50%,적게는 25%가량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라이선스 판매보다 외주제작에 치우쳐 있고,기반 기술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덜한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개발 편중과 투자유인요인이 부족한 IT서비스 시장의 악순환,패키지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제품 시장 선점으로 인한 시장 진입의 한계도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전략' 보고회에서 이미 레드오션이 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육성,소프트웨어 신시장 창출을 꾀하는 등 신시장 개척을 주요 전략으로 세우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양극화 현상을 우선적으로 해결한다. 이를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서 중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개발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원천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기업별 상생이행계획을 바탕으로 한 '상생실천규약'과 '상생이행지원단' 등 실행력을 갖춘 공식기구를 출범시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을 제거,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은 사람인 만큼 현장에 즉시 투입되어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고급인력의 수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을 위해 전문기관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수요지향성을 강화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고용계약형 소프트웨어 석사과정' 추진한다. 또 해외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업체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산업의 두뇌역할을 수행 할 최고급 융합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인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미국,일본 등 대규모 시장에도 수출지원협의회를 구성,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또 해외진출 경험이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대 · 중소 해외진출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노하우를 나눈다.
정부는 이렇게 소프트웨어산업의 선진적 생태계를 만들고 글로벌 선도기업과 중견전문 기업을 육성,고급인재를 키워간다면 2013년까지 소프트웨어 수출이 150억달러로 늘고 16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