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처분 방북' D-6…정부 방침은?

북한이 금강산 지구에 있는 남측 재산 정리를 위해 당사자가 직접 오라고 요구한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수년째 재산이 묶인 기업이 속을 태우고 있다.

24일 한국관광공사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앞서 21일 금강산에 투자한 민간기업과 관광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청취하는 등 회의를 열었으나 아직 대응 방식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는 17일 북한은 금강산 지구의 재산을 정리하겠다며 여기에 부동산과 기타 자산을 보유한 현대아산 등 남측 당사자들에게 30일까지 특구로 오라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 사업상 이해관계의 상대방인 기업에 통보한 것이지만 남북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의 승인 없이 당사자가 독자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없는 상태다.

고(故) 박왕자 씨의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7월11일부터 3년 가까이 북에 재산이 묶인 기업들은 남북관계의 회복을 기다리다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다.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회사도 있지만, 일부는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지원이나 보상으로 손실을 메우는 게 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금강산패밀리비치 호텔 등이 동결된 일연인베스트먼트의 안교식 대표이사는 "기업들이 많이 지친 상태"라며 "정치적인 사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회사가 존속할 수 있게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을 예측하지 못해 마냥 정부를 기다리기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추가 회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정부에서 지침이 통보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회의에서 참석한 기업은 대부분 북한에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3년 가까이 묶인 재산을 처분하겠다는 데 응하지 않을 수 없고 적어도 재산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민간 기업이 북에 가는 것을 정부가 막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며 정부 당국자가 북에 가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때 정부는 가지 않고 민간 투자기업들만 보내는 `정경(政經) 분리 대응' 방식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전망도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서호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요구에 응할지를) 검토 중이다"며 "분리 대응론에는 북측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남측 당국 때문에 (기업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분리 대응 쪽으로 민간업자를 자꾸 부추기는데 몰수를 운운하는 것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북에 가는 것은 북한과 민간 사업자의 관계를 넘어 당국 대 당국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서 국장은 "5.24 조치를 비롯해 일련의 대북조치가 아직 시행 중에 있다"며 "남북 관계의 틀 속에서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비공개 접촉을 폭로해서 감정이 굉장히 격화된 상태"라며 "냉각기가 좀 있어야지 금방 대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통일부는 오늘쯤 당사자에게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내주 초에 대응 방식을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김남권 기자 sewonlee@yna.co.kr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