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하이마트가 3대1 미만의 초라한 흥행 성적표로 공모 일정을 마쳤다.

시장의 관심이 컸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모 일정이 겹친 데다 주가를 비교할 만한 동종 기업이 없어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높낮음을 판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마트는 21~22일 이틀 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2.6대1을 기록했다. 142만여주에 369만여주가 신청됐다.

인수단별로는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이 2.48대 1, 공동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3.27대 1과 3.26대 1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0.54대 1, 유진투자증권은 2.37대 1, 신영증권은 4.38대 1이었다.

하이마트의 흥행 부진은 수요 예측서부터 예고됐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하이마트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2.98 대 1에 그친 것. 기관에 배정된 426만8622주에 1271만6643주 신청이 들어왔다.

하이마트 측은 비슷한 시기에 KAI가 공모를 진행해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KAI는 이날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을 마무리한다. KAI의 기관 수요 예측도 하이마트보다 하루 늦은 16~17일에 이뤄졌다.

동종 기업이 없어 공모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참여를 어렵게 했다. 국내 멀티 브랜드 전자유통업체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정도다.

전자랜드는 그러나 비상장사기 때문에 하이마트는 유사기업으로 롯데쇼핑, 신세계(분할 전), 현대백화점을 꼽고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과 기업가치/세금·이자지급전이익(EV/EBITDA)를 공모가에 적용했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가는 PER 약 9배~13배, 하이마트의 공모가 5만9000원은 PER 약 12배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등 세 곳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로 채널 확장이 가능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이 많은 기업들"이라며 "이들과 하이마트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이마트는 그러나 대량 구매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제품을 싸게 공급받아 영업이익률도 7%대를 기록하고 있고 스마트 기기 등 새로운 전자제품들에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5만9000원도 싸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하이마트는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로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34.9%로 1위"라며 "공모가를 밴드 하단으로 정해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이날 청약금 납입이 끝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