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O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 (2) 공적연금 기능 상실…英, 정년제 없애고 개인연금 稅혜택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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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100세 시대' 인생 설계…(2) '연금 개혁' 나선 영국
영국 정부 "국민ㆍ기업이 스스로 노후 대비해야"
영국 정부 "국민ㆍ기업이 스스로 노후 대비해야"
영국 런던의 영국보험자협회(ABI)에서 만난 중소기업 컨설턴트 마크 베이컨 씨(52)는 은퇴 후 자금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공적연금에서 보장하는 수준이 워낙 적어 개인연금을 따로 넣고 있습니다. "
영국도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연금의 3층 보장구조'를 구축해 놓고는 있다. 하지만 스위스와 달리 공적연금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한다. 스위스는 공적연금에서 평균적으로 1인당 매달 2000프랑(250만원)을 지급하지만 영국에선 400파운드(72만원)에 불과하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에선 버스 타고 다니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 영국 정부가 공적연금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베이컨 씨는 현재 소득의 10%를 개인연금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3년 뒤 두 자녀 중 막내가 대학을 졸업하면 자녀 부양이 끝나는 만큼 연금에 납입하는 돈을 소득의 30~4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공적연금만으론 부족
재정난에 시달리는 영국 정부는 복지 관련 제도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공적연금으로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노동인구의 26.8%에 이른다.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국 정부는 우선 오는 10월부터 정년제를 폐지키로 했다. 현재 정년은 65세여서 각 기업체는 65세가 되면 근로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퇴직시킬 수 있다. 정년제가 폐지되면 연령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선 노후 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경우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공적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남자 65세,여자 60세로 돼 있지만 이를 남녀 구분 없이 2024년부터 66세,2034년 67세,2044년 68세 등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연금 및 개인연금이 대안
영국 정부가 선택한 대안은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확충이다. 파리다 머민 영국보험자협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업연금 가입자는 전체 대상자의 45% 수준"이라며 "대기업과 금융회사 위주여서 중소기업으로 확대가 과제"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내년부터 5인 이하 소기업도 기업연금 가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근로자가 소득의 4%를 연금으로 내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3%와 1%를 추가해 소득의 총 8%를 연금으로 강제 저축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최대 보험사인 아비바의 그레고리 윌모트 전략담당 이사는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노후를 대비하게 되면 고령화사회에 따른 정부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축소했던 개인연금 세제혜택도 다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2006년 연금제도를 개편해 연간 개인연금 납입액 기준으로 25만5000파운드(4억60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세수 확충이 절실한 영국 정부는 소득공제 한도를 지난해 10월 연간 5만파운드(9000만원)로 줄였다. 이를 10만파운드까지 다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
영국은 연금으로 저축한 돈을 일시에 찾을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대개의 경우 65세가 되면 돈을 찾은 다음 다시 일시불연금에 가입해 매달 연금을 받는다. 일시불연금에 넣어야 하는 최소금액은 연금저축의 75%이며 전환해야 하는 시한은 75세까지다.
빈스 스미스 휴즈 영국 PCA그룹 이사는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 보니 연금 가입자들이 연금을 찾은 다음 일시불연금에 재가입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연금 만기가 됐을 때 목돈으로 수령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연금으로 마련한 목돈을 써 버리면 노후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연금으로 모은 돈의 50% 이상은 인출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런던=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