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각종 고객서비스를 대폭 줄이고 있다. 포인트 적립률이나 할인율을 낮추는가 하면 서비스 제공 조건인 카드 사용 실적이나 수수료율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 간 과도한 외형 확대 경쟁을 차단하고 나선 데 따른 대책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고객만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고객 혜택 대폭 줄여

업계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최근 앞다퉈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제주삼다-현대카드 등 이용 고객에 대한 혜택 적용 기준을 강화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그동안 본인 및 가족이 보유한 전체 카드의 실적을 합산한 기준을 사용했지만 12월부터는 해당 카드 실적만 반영키로 했다. 혜택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삼성카드는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꽃배달 서비스를 이달 들어 중단했다. 삼성패밀리카드는 11월부터 제주 신라호텔 숙박 할인율이 낮아진다. 종전 월~목요일 40%,금~일요일 20% 할인에서 각각 30%와 10%로 10%포인트씩 줄어든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 2월부터 하이포인트카드 등의 하이세이브 적립률을 종전 0.8%에서 0.7%로 0.1%포인트 낮췄다. 반면 할부 수수료율은 연 5.8%에서 연 5.8~7.9%로 올렸다.

중위권 카드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카드는 할부 이용금액을 포인트로 갚을 수 있는 '세이브서비스'의 할부 수수료율을 8월부터 연 3.1%에서 5.8%로 인상한다. 'DC슈프림카드' 등은 내년부터 당월 10%를 할인받을 수 있는 전월 실적 기준이 70만원 이상에서 120만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하나SK카드는 내년부터 빅팟카드 등의 서비스 제공 실적 기준을 강화한다. 올해까진 최근 3개월 사용금액 30만원 이상인 경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턴 전월 사용액 20만원 이상으로 까다로워진다.

체크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혜택을 줄인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12월부터 '아파트 전기요금용 체크카드'의 캐시백 제공률을 0.3%포인트 인하한다. '우리SK행복카드'는 오픈마켓 11번가 이용 시 받았던 1%의 OK캐쉬백 추가 적립이 폐지되고 기본적립도 1%에서 0.5%로 깎인다.

◆이달 내 마케팅 비용 기준 마련

카드업계는 당국 제재에 대비해 당장 마케팅 비용부터 손 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카드 자산 △신규 카드발급 △마케팅 비용 등 3개 부문에 대해 1주일 단위로 점검하고 적정 범위를 넘어선 카드사에 대해선 특별검사 및 영업정지,최고경영자(CEO)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리기로 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조치 발표 이후 처음으로 각 카드사로부터 3개 지표의 현황을 제출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강 · 약점을 따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결정될 세부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선 소나기부터 피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산업 전체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별 연간 적정 증가액을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내 카드사 적정 마케팅 비용에 대한 세부 시행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신용카드 발급 실태에 대해서도 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24일까지 점검을 벌일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 (기간) 연장될 수 있다"며 "위규행위가 적발될 경우 상응한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