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수억원대의 럭셔리카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명 럭셔리카 브랜드 포르쉐는 올 들어 5월까지 총 52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이 238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는 올해 1~5월 판매량이 12대였다. 작년 같은 기간 단 1대만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럭셔리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량 4종을 선정,직접 비교 시승해 봤다.



◆땅 위의 퍼스트 클래스,'아우디 뉴 A8L W12'

아우디가 이달 초 출시한 '뉴 A8L W12'는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인상적이다. 그릴 중앙에 있는 아우디 전통의 엠블럼(동그라미 4개를 연이은 모양) 안에는 야간 주행시 적외선으로 도로 상황을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이 숨겨 있다.

A8L W12는 '회장님' 차다. 앞좌석에도 최첨단 시스템이 담겨 있지만 오른쪽 뒷좌석은 그 이상이다. 이곳은 마치 '비행기 1등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옆 도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앞 보조석이 쭉 앞으로 밀리며 발걸이까지 내려 온다. 좌석은 뒤로 눕혀지고 누워서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이 완성된다.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양쪽 끝에서 올라오는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품격을 더해준다.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6300㏄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최고출력 500마력의 힘은 폭발적이다. 요트의 추진 레버를 형상화한 변속기는 우아함을 더해줬다. 가격은 2억5800만원이다.



◆벤츠의 자존심,S500 4매틱 블루이피션시 롱

메르세데스벤츠의 친환경 기술을 담은 'S500 4매틱 블루이피션시 롱'은 긴 이름만큼이나 각종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S500은 4663㏄의 V8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을 상징하고,4매틱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의미한다. 벤츠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이피션시로 연비를 ℓ당 7.8㎞로 끌어올렸다. 이전 모델의 연비는 ℓ당 6.5㎞였다. 롱은 차체가 더 길다는 얘기다.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배기량이 4500㏄가 넘는데도 매우 조용하다. 천천히 가속해 봐도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이 거의 없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묵직한 중저음만 느껴질 뿐이다. 힘을 내면 곧 강력하게 도로를 치고 나간다. 곡선 주로에서 쏠림 현상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최대토크 71.4㎏ · m의 강력한 힘은 가파른 오르막도 순식간에 올라선다. 가격은 1억9920만원이다.



◆'아름다운' 재규어 올 뉴 XJ

재규어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세계적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심사한 '2011 올해의 차(ICOTY)'에서 '올해의 럭셔리카(International Luxury Car of the Year)'에 꼽힌 재규어 올 뉴 XJ를 만나는 순간 두근거렸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 재규어 수석디자이너가 극찬한 모델이다.

시승한 차량은 올 뉴 XJ의 가솔린 주력 차종인 '5.0P 프리미엄 럭셔리(LWB)' 모델.스마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켜면 계기판에 컴퓨터 그래픽이 나타난다. 변속기도 다른 차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이다. 애플 아이팟의 조그셔틀을 돌리듯 동그란 조작기구를 다섯 손가락으로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 된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마자 차가 앞으로 힘차게 튀어나간다. 주행 성능은 무거운 대형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프리미엄 럭셔리 모델의 가격은 1억5590만원이다.



◆세단을 가장한 스포츠카,포르쉐 파나메라

포르쉐가 '4인승 패밀리카'라는 컨셉트로 내놓은 파나메라의 5개 모델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파나메라4를 타봤다. 회사 측은 패밀리카,세단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성능은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 않다. 6.1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주행 파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파나메라는 누구나 좋아할 스타일로 만들었다. 기존 911,카이맨과 같은 포르쉐의 2인승 스포츠카보다 차체가 훨씬 크다. 외형이 작아 보이는 느낌이 싫었던 사람들까지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차체 넓이는 1931㎜에 달해 에쿠스를 능가한다.

파나메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운전대와 변속기 주변에 마치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듯 수많은 버튼이 있다는 것.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과 날개(스포일러)를 펴고 닫을 수 있는 버튼 등은 다른 차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파나메라4의 가격은 1억3650만원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