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US오픈을 제패하던 때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보는 듯했다.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송곳 같은 아이언샷,자신감 넘치는 퍼팅.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제111회 US오픈은 로리 매킬로이(22 · 북아일랜드)의 '원맨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킬로이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2위 양용은(39)과의 격차를 8타로 벌렸다.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린 그는 비로 부드러워진 그린을 유린하며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14언더파는 US오픈에서 전인미답의 스코어다. 이제 마지막날 지켜봐야 할 것은 그가 어떤 기록을 세우고 우승할 것인가와 누가 2위를 할 것인가만 남았다. 아니면 가능성은 작지만 메이저대회 사상 최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하는 불운의 선수를 지켜보는 것이다.

◆3퍼팅 한 차례도 없어

매킬로이는 첫날 6언더파 65타를 친 뒤 2라운드에서도 5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131타로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2라운드 합계 두 자릿수 언더파는 처음이다.

매킬로이는 54홀 최소타 신기록도 작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타를 깼다. 그는 54홀을 도는 동안 3퍼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보기 이상은 딱 두 번.2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한 것과 이날 '공포의 홀'로 꼽히는 10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 뒤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한 것이다.

◆72홀 최소타 신기록 도전

그는 2000년 우즈가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세운 72홀 최소타 신기록(합계 12언더파 272타) 경신에 도전한다. 최종일 1오버파만 쳐도 이 기록을 깬다.

최다 타수차 우승에도 도전한다. 2000년 우즈는 2위에 무려 15타나 앞섰다. 이 타수차는 4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기록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매킬로이는 8타 앞섰지만 우즈는 당시 54홀을 마친 뒤 2위에 10타 앞서 있었다.

마지막날 매킬로이가 2언더파 이하를 쳐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111년 대회 역사상 5번째로 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작성하게 된다. 같은 대회에서 나흘 연속 60대를 치는 것으로는 세 번째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스타트-투-피니시)' 우승은 지금까지 6차례 나왔다.

◆매킬로이의 역전패 가능성은

US오픈에서 지금까지 최다 타수차 역전패는 7타차다. 1960년 아널드 파머가 콜로라도 체리힐스CC에서 마지막날 65타를 치며 7타차 역전극을 달성한 바 있다. 대회 사상 가장 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우승에 실패한 사례는 1919년 마이크 브래디로 2위에 5타 앞섰으나 최종일 우승컵을 안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4월 마스터스에서 4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가 80타를 치며 공동 15위에 그친 적이 있다. 다시 이런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은 없다.

투어 사상 최다 타수차 역전 우승은 10타다. 199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폴 로리가 10타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적이 있다.

양용은은 "2009년 우즈를 꺾고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기억을 떠올리겠다"며 "골프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작년 한국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10타 앞서 있던 노승열(20)을 꺾고 우승한 적도 있다.

매킬로이가 흔들리지 않을 경우 최종일 누가 2위를 하느냐도 큰 관심거리다. 양용은이 합계 6언더파 207타로 2위지만 1타차 3위 그룹에 3명이 포진해 있다. 특히 랭킹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최종일 몰아치기에 나설 경우 2위 자리를 안심할 수 없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