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하기 위한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 시도가 좌절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금호석유화학이 제출한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계열사 제외 신청에 대해 두 계열사가 여전히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3월 공정위에 낸 신청서에서 친형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가 사실상 두 계열사를 지배하지 않고 있다며 계열사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형제는 2009년 경영권 갈등을 빚으면서 등을 돌린 상태다.

작년 2월 이후 그룹과는 별도로 박찬구 회장 중심의 독자 경영체제를 걷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 신청'이 아닌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계열제외 신청'을 낸 것은 박삼구 회장과 관련인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 등 계열분리 요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역(逆)으로 그룹에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 제외시킴으로써 사실상의 계열분리를 시도하는 우회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이끄는 박삼구 회장이 계열사의 요건인 지분율(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 소유)은 충족시키지 못하지만,의사결정 및 인사 등 회사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고려할 때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그룹과의 분리경영을 법제도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공정위에 객관적인 판단을 요청한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에 상관없이 그룹과는 철저하게 분리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