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ASE코리아의 반도체 조립라인은 한 대의 PC가 100대의 장비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의 컴퓨터로 모든 장비의 작업 내용을 확인해야 해 실시간 업무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데이터 과부하로 고장이 잦았고,다른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 분석하는 것도 복잡했다. 데이터를 옮기다 분실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얇고 저렴한 단말기인 씬 클라이언트를 장비마다 한 대씩 설치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유지훈 ASE코리아 전산실 차장은 "작업 지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장비 가동률이 높아졌고 제품과 조립 정보는 중앙 서버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고장난 단말기를 교체해도 이전 기기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오피스 실현

씬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면 중앙 서버에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단말기에서 접속해도 내 컴퓨터를 쓰는 것과 동일한 환경으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개별 단말기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을 불러와 문서를 작성해도 저장은 개인용 컴퓨터가 아닌 중앙 서버에 하게 된다. 씬 클라이언트는 저장장치와 확장포트 등을 모두 구비하고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PC와 달리 운영체제 등 간단한 프로그램과 장치만 탑재됐기 때문이다. 씬 클라이언트 환경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서버에 접속하기만 하면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나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씬 클라이언트를 이용하면 지방사업장에 출장을 가서도 업무를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등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가 물리적으로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보안도 강화

데이터를 다운받거나 저장할 수 없고 화면으로만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보안과 관리가 편리해진다. 직원들은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무 외에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해킹을 당하는 등의 문제도 막을 수 있다. 회사의 기밀 자료가 복사되거나 이동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정보 유출과 같은 문제도 해결된다. 서버 접근 권한만 확실히 설정하면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씬 클라이언트 도입은 초기 단계다. 웅진홀딩스가 콜센터 전체에 도입했고,삼성전자 삼성전기 한진중공업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특정 부서에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송재원 한국HP 퍼스널시스템그룹 이사는 "미국이나 일본도 초기에 개인적 활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씬 클라이언트 도입에 반감이 있었지만 보안과 유지 관리가 쉽고 총소유비용(TCO · total cost of ownership)이 작아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며 "5년 내에 전 세계 데스크톱의 15%가 씬 클라이언트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 씬 클라이언트

thin client. CPU,메모리 등 필수적인 장치만 탑재한 PC.이에 비해 메모리 등 필수적인 요소도 모두 없애고 모든 업무를 서버에서 처리하는 것은 제로 클라이언트(zero client)라고 한다. 씬 클라이언트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서버단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요구된다. 최근 발표된 구글의 크롬 노트북은 통상 B2B(기업간 거래)에 사용되는 씬 클라이언트를 개인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