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韓流'가 바꿔놓은 페루, 도로엔 대우버스…세탁기 90%가 '메이드 인 코리아'
페루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미의 태평양 국가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칠레의 옆 나라,잉카 제국의 후예,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가 있는 나라라는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1990년부터 2000년 말까지 10년 이상을 통치한 나라라고 기억할 것이다. 실제로 페루는 후지모리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페루 내 일본인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對)페루 집중 투자와 진출 노력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페루에서 한국이 중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친근하고 중요한 나라로 다가서고 있다. 페루에서 한국인은 이민역사 40년에 교민 1000여명에 불과한데 반해,중국계는 이민역사 140년에 100만여명,일본계는 이민역사 110년에 10만여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페루 내 영향력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이 페루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된 것은 우리 제품의 현지 시장 점유율 증가와 함께 한류가 페루 전역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 시내버스를 타면 한국에서 수입한 대우버스 안에 설치된 삼성이나 LG TV와 모니터를 통해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류 열풍은 2002년 페루 국영 TV방송국에 '별은 내 가슴에'가 방영된 뒤 안재욱 공식 팬클럽이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브의 모든 것','천국의 계단','가을동화','겨울연가','대장금' 등이 계속해서 방송됐다. 페루인들은 현지 드라마를 볼 때는 울지 않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는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에 대한 동경이 이들의 가슴을 울리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 드라마는 최근 민영 TV방송국에서 황금시간인 저녁 8~9시에 유료로 방영되고 있다.

페루 가정에는 한국 전자제품이 없는 집이 거의 없다. 한국산 세탁기가 페루 전체 시장의 90%,한국산 TV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로 가는 窓] '韓流'가 바꿔놓은 페루, 도로엔 대우버스…세탁기 90%가 '메이드 인 코리아'
KBS 월드 라디오를 통해 페루 전역에는 우리 가요가 울려 퍼지고,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가 가정을 달구고 있으며,길거리에는 한국 버스에서 아이돌 그룹의 K팝이 페루를 한류로 물들인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한 · 페루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이 완료되고 발효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업체들의 현지 진출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페루 내 한류 팬클럽 주관으로 현지인들의 한국 노래와 춤 경연대회가 종종 개최되고 있다. 페루에서 한국 노래가 사랑받을수록 우리 업체들의 현지 진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페루가 더 이상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 친근한 나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박종근 KOTRA 리마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