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선풍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도쿄 시내 일부 가전 매장에서는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원전 사고로 여름철 전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에어컨보다 절전 효과가 큰 선풍기로 여름을 나려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매년 6월 말은 돼야 팔리기 시작하던 선풍기가 올해는 4월부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전매장 '요도바시 아키바'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선풍기가 10배 이상 팔리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과 도호쿠전력 관할 내에 있는 기업과 가정에 올여름 전기 사용량을 15% 줄여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시민들이 늘어난 데다 가전 메이커들이 예년보다 앞당겨 선풍기 매장을 설치한 것이 선풍기 판매량을 늘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만~5만엔짜리 고가 선풍기도 인기다. 가전업체 도시바가 내놓은 2만5000엔짜리 선풍기는 판매 목표량을 이미 50% 이상 넘어섰고,다이슨의 4만엔짜리 선풍기 판매량도 작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교류 모터' 대신 '직류 모터'를 사용해 전력 소비량을 줄인 것이 장점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