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는 외국인에게 으레 한국의 첫인상을 묻는다. 도착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문가라도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한국의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무리 전문가라도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기란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 묻는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코드》에서 우리 사회가 '정체성 혼미' 상태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심리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는 것."남들이 어떻게 볼까 두렵다"의 국제화 버전이다. 정부가 나서서 국격을 높이자고 하는 것은 청소년이 남에게 뭔가 번듯하고 멋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려 하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국가가 정체성 상실 상태에 빠져 있다면 국민도 유사한 심리 상태에 빠져 있기 쉽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남과 비교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명문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조건 좋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 등의 획일적 기준을 세워놓고 평가받길 바란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성취한다 해도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이 아닌 타인에게 멋있게 보이는 삶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고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황 교수는 정주영,안철수,이외수 등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남과 다른 삶을 살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신념을 앞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이 사회에서 성공을 찾으라는 이야기는 '너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다를 때,다른 사람이 너는 진짜 다르구나 하고 인정해줄 때 그게 바로 성공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