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체 히타치가 913개 계열사 36만여명의 인적 정보를 일원화하는 파격적인 인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계열사 간 칸막이를 없애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히타치는 우선 7월부터 도쿄 본사에 '글로벌 인재본부'를 설치한다. 여기서 전 세계 36만명에 이르는 직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한꺼번에 관리한다. 직원들은 새로운 인사시스템에 자신의 이력과 경력, 희망직종 등을 공개하고 각 계열사의 채용 담당자는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급여 시스템도 손질한다. 5만~6만명의 과장급 이상 관리직에 대해서는 직무 권한이나 업무 범위에 따라 등급을 통일시켜 같은 처우를 할 계획이다. 사실상 계열사와 본사 또는 계열사와 계열사 간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히타치의 이번 인사제도 개혁은 해외 사업을 수주할 때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자기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친환경 도시개발 등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인프라 사업에서는 전력 정보기술(IT) 소재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각국 정부와의 협상 능력이 우수한 인력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 계열사가 아니라 전사적인 차원에서 우수 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히타치는 이번 인사시스템 개혁을 통해 대형 인프라 사업을 독점해 온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지멘스 등을 뛰어 넘겠다는 포부다.

히타치는 지난해 43%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엔 50% 이상으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주력, 이 지역의 내년 매출을 2조5000억엔(33조7500억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작년에 비해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