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조선, 세계 1위 올랐듯 신재생에너지도 '넘버원'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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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조선 연비경쟁 단연 앞서 엔지니어링 능력 압도적
산업용 로봇 '세계 톱3'로 그린에너지 GW급 설비 확보
조선 연비경쟁 단연 앞서 엔지니어링 능력 압도적
산업용 로봇 '세계 톱3'로 그린에너지 GW급 설비 확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풍력,태양광발전은 현대중공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적하자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자신있게 1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이 사장은 대뜸 '맨땅론'을 들고나왔다. "우리에겐 맨땅에서 시작해 조선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경험과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
한 번 1등 맛을 본 기업은 다른 분야에서도 1등을 차지하지 않고선 못 배긴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이 사장은 "조선 · 해양,발전 · 산업기계,건설장비,자원 · 에너지,금융 · 서비스 등 각각의 사업이 서로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는 선박의 프로펠러 제조 기술과 비슷하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습니다.
"매출은 22조4052억원으로 전년보다 6%가량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좋게 나왔습니다. 3조439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4%나 증가했습니다. 조선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비중을 높이고,동시에 기계,전기 분야 등 비(非)조선 분야를 육성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게 주효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5.35%니까 2005년(0.88%)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셈입니다. "
▼요즘 조선 시장은 어떻습니까.
"유조선과 벌크선 분야는 운임 약세로 발주가 부진한 편입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드릴십,LNG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종은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요.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에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긴 하지만,항상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어 올해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올 들어 드릴십 수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9척을 수주했습니다. 작년 말에 처음으로 드릴십을 인도했는데 그 때 운좋게도 시추업체들이 발주 물량을 늘리면서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심해라는 작업 환경에 맞게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른 조선업체들과 달리 설계를 변경한 것도 수주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조선업계 화두는 연비 경쟁으로 볼 수 있겠죠.
"현대중공업이 단연 앞서 있다고 자신합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디젤과 액화천연가스(LNG)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을 영국 BP사에 인도했습니다. 최근 등장한 LNG추진 선박의 차세대 가스분사식 엔진도 우리가 생산해 다른 조선사에 공급하는 것들입니다. 현대중공업엔 2000명에 이르는 설계와 R&D 인력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엔지니어링 능력이 현대중공업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
▼중국과의 경쟁상황은 어떻습니까.
"중국 조선소들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풍부한 자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물량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과 중국 간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드릴십,LNG선 등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선종을 우리가 싹쓸이하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간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겁니다. "
▼국내 유일 독자개발 엔진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작년에 '힘센엔진'이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친환경 엔진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으로 고출력 엔진과 고속 엔진 등으로도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고,드릴십이나 LNG선과 같은 특수선에도 우리 기술로 만든 엔진을 장착하는 게 목표입니다. "
▼산업용 로봇 공장도 새로 확장하며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은 웬만한 첨단 기술이 모두 들어가는 융합기술의 대표 상품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계,제어,전기전자의 핵심 기술을 접목해 시장의 수요에 맞는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면 세계 톱 3 진입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플랜트 시장은 어떻습니까.
"중동이 아주 좋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작년 말 기준으로 47기가와트(GW)인 발전시설 용량을 2020년까지 105GW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중동은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이에 맞춰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전력 등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
▼변압기 부문의 목표와 전략을 설명해주시죠.
"현대중공업은 북미 시장 대용량 변압기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40%로 1위입니다. 까다로운 북미 시장에서 이처럼 선전할 수 있는 것은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얻은 덕분입니다. 유럽,중국,남미 등 해외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 2016년엔 지멘스,ABB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 3 기업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
▼일본의 지진복구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혜 가능성이 있나요.
"일본의 건설 장비가 대부분 지진 피해 복구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해외지역에서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죠.게다가 중국,인도 등에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생산능력을 확대해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할 생각입니다. "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했는데 역할이 크겠죠.
"원재료부터 발전소 운영까지 전 영역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도록 GW 규모의 설비도 확보할 것이고요. 건물이나 해상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상품화해 신규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기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우리 브랜드를 잘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
▼외국 기업 중에선 어떤 곳이 벤치마킹 대상입니까.
"일본에선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 등이 현대중공업과 비슷합니다. 이들 기업도 조선 사업에서 항공우주,산업기계,발전플랜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ABB,지멘스 등도 산업 및 전력기기,자동화 시스템,로봇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와 비교될 수 있을 겁니다. "
▼인재 확보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인재를 원하시나요.
"미래지향적인 사고,적극적인 의지,강인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현대중공업은 해외에 22개 법인과 19개 지사를 두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해외거점별로 국내외 유수 대학 출신 및 외국인을 적극 영입할 계획입니다.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