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골프용품 회사인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거느리고 있는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이 필드 안팎에서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미래에셋이 후원하는 선수들이 미국 LPGA투어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PGA투어에서는 타이틀리스트 소속 선수가 우승컵을 안았다. 미국 남녀 투어를 미래에셋 후원 선수들이 모두 휩쓴 셈이다.

미 LPGA투어 숍라이트LPGA클래식 대회장은 한마디로 '미래에셋 잔치마당'이었다. 뉴저지주 갤러웨이 돌체시뷰리조트 베이코스에서 6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미래에셋 소속 선수끼리 우승경쟁을 펼치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신지애(23).두 선수는 똑같이 메인 스폰서인 미래에셋 로고를 부착한 모자를 쓰고 우승다툼을 벌였다.

두 선수는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타 차의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TV 중계도 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에 포커스를 맞췄다. 마치 매치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특히 신지애와 린시컴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TV 화면을 2개로 나눠 중계할 때는 두 선수의 모자에 미래에셋 로고가 동시에 노출돼 그야말로 '홍보 대박'을 이뤘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10월 린시컴과 2년간 후원계약을 맺었다. 투어 최장타자로 소문난 린시컴은 투어 내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통한다. 장타를 선호하는 국내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이번 대회장은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에서 두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금융 및 증권 관계자들이 대회장을 많이 찾아 미래에셋의 인지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다.

미래에셋은 아큐시네트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을 때 '무명'의 설움을 당한 바 있다. 아큐시네트의 모회사인 포천브랜즈는 처음에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디다스,나이키,캘러웨이,일본 스미모토고무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 미래에셋은 너무나 생소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정현 미래에셋PEF 대표가 미래에셋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는 신지애 사진을 꺼내든 뒤 "우리가 신지애의 메인 스폰서"라고 말한 이후 포천브랜즈의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대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끝난 미국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는 미래에셋이 인수한 타이틀리스트 소속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우승하는 겹경사가 났다.

미래에셋과 손잡고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휠라코리아도 인수 이후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연일 '굿샷'을 날리고 있다. 휠라코리아 주가는 지난달 20일 아큐시네트 인수 발표 후 7만5900원에서 8만2800원으로 9.09%(6900원) 상승했다.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프로골프 투어 선수들의 타이틀리스트 볼과 풋조이 골프화 사용률은 압도적이다. 인수의 가시적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휠라코리아 주가는 더 뛸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