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브레이크는 지난 4월24일 임직원과 사원가족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한마음 대축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투쟁의 선봉에 섰던 강성 노조로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13년 동안 파업을 벌였던 노조로선 의외의 변신이었다.

노조의 변화는 지난해 장기간 파업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노조는 지난해 7월 타임오프(유급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파업을 벌였다.

그동안 노조의 파업에 앉아서 손실을 입었던 회사는 지난해엔 그냥 넘기지 않았다. 노조가 6월 이후 47일간 파업으로 밀어붙였을 때 직장폐쇄라는 강공으로 맞섰다. 회사는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적용하고 불법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 5명을 해고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결국 노조원들이 파업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회사의 강경 대응이 노조의 투쟁문화를 바꿔 놓은 것이다.

법과 원칙이 노동운동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회사가 직장폐쇄와 고소 · 고발,해고로 맞대응하면서 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KEC노조 역시 회사 측이 원칙적인 대응을 하면서 180도 달라진 경우다. 이 노조는 지난해 6월21일부터 타임오프 시행 등에 반대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회사 측은 곧바로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회사는 공장을 불법 점거한 노조원 88명을 대상으로 301억38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28명을 해고했다. 이 기간 중 임금은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법대로'를 내세운 회사 측의 공세에 노조의 불법 파업 열기는 식어갔고 결국 전체 노조원 670명 중 381명(57%)이 민주노총을 탈퇴해 버렸다. 민주노총에 등을 돌린 노조원들은 별도의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직 금속노조 소속으로 남아 있는 노조원들도 최근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 복귀를 선언한 상태다.

경주지역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발레오전장 노조도 회사의 법과 원칙에 투쟁을 완전히 접은 곳이다. 발레오 노조는 지난해 3월 회사 측의 경비직 아웃소싱 방침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연봉 7000만원이 넘는 고임금 정규직이어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는 경비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고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는 111일간 지속됐다. 이 기간 중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고 파업 주동자 15명에 대해선 해고조치했다.

결국 회사의 강공에 노조는 무릎을 꿇었다. 95.2%의 찬성으로 민주노총도 탈퇴했다. 이제 발레오 경주공장에는 과거와 같은 투쟁문화는 사라졌고 대신 평화로운 노사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회사 측의 강경 대응이 노조의 막연한 기대심리를 없애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싹트게 만든 셈이다.

2009년 77일간 공장을 점거한 채 불법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도 파업 주동자 90여명 구속과 해고가 이어진 뒤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상생의 노사화합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노조의 불법 공장점거와 외부세력 개입 등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유성기업은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노조원들이 생산현장에 복귀하고 노사협상을 진행 중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