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대우상용차의 전략기획팀 직원 10명 중 7명이 다음달 초부터 2주 동안 '트럭기사 도우미'로 임시 발령이 난다. "새 상품을 제대로 기획하려면 현장을 알고 소비자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김종식 사장(사진)의 주문에 따라서다.

전략기획팀 직원들은 덤프 카고 레미콘믹서 택배차량 등의 운전기사 옆 조수석으로 출근,하루종일 기사들과 함께 움직인다. 야간 장거리 운행을 하는 카고 기사와 짝을 이룬 직원은 운전석 뒷자리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 택배차량 기사와 호흡을 하게 될 직원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배달을 도와야 한다.

김 사장은 "트럭 조수석에 앉아 운전기사의 말동무도 돼주고 도우미 역할도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팀 직원이 책상에 앉아 머리를 짜낸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법"이라며 "트럭기사들과 하루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면 고객 마인드로 신차를 기획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군가가 매일 옆자리에 붙어다니면 운전기사들이 귀찮아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김 사장은 "기사들에게 매일 밥을 사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것도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했다.

김 사장의 현장경영은 자동차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10월 타타대우상용차 사장에 취임한 그는 작년 초 정비센터를 방문했을 때 한 트럭기사로부터 뼈 있는 충고를 들었다. "트럭회사 사장이면 직접 트럭을 몰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김 사장은 2개월간 운전학원을 다니며 트럭 면허를 땄다. 그후 25t짜리 대형 덤프트럭를 몰고,뒷좌석 쪽잠도 체험했다. 개선점을 발견해 설계단계부터 반영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사장이 트럭을 몰자 임원,팀장급들도 트럭 면허 따기에 들어갔고,일부 여성 직원들까지 동참했다.

트럭을 출시할 때 임원 11명과 함께 군산공장에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까지 220㎞의 로드쇼를 벌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