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강세를 보였던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도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개 외국계 및 합작운용사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1조8489억원(3일 기준)으로 1년 전 9조5842억원에서 2조2647억원이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7조3716억원 감소해 이 같은 성과가 더욱 돋보였다. 이에 따라 외국계 및 합작운용사가 국내 주식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1%에서 21.1%로 확대됐다. 순수 외국계만도 5.1%에서 8.3%로 증가했다.

JP모간자산운용의 설정액이 1년 새 7463억원 늘면서 증가폭이 가장 컸고,그 뒤를 알리안츠(7406억원) 교보악사(4268억원) 하나UBS(2205억원) 등이 이었다. 순수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한국투신운용과 KB자산운용이 각각 1조4945억원과 1조2826억원을 늘렸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조원가량 줄어든 것을 비롯해 신영(-6181억원)과 KTB(-6044억원) 등의 감소폭이 컸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약진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익률이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는 최근 1년간 70.13%의 수익을 거뒀다. '교보악사코어셀렉션'(68.89%) '알리안츠Best중소형'(52.02%)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펀드 규모가 크게 확장된 경우다. 1년 전 164억원에 불과했던 골드만삭스운용의 국내 주식형 설정액은 1222억원으로 600% 넘게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광고를 시작했고,2009년 말 대비 영업인력을 2배로 늘렸다. 교보악사자산운용도 1년 동안 마케팅과 영업인력을 5명 보강했다.

외국계 운용사 중에서 해외 펀드에 집중했던 일부 운용사들은 실적이 저조해 명암이 갈렸다. 슈로더투신운용과 신한BNP파리바운용은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238억원과 18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PCA자산운용과 피델리티는 각각 1710억원과 1846억원 감소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 외국 펀드 상품만 들여와 팔아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등한시해선 결코 수탁액을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