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3)이 200억여원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제보나 비자금 조성의 배후로 형이 회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목한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에 이어 아들도 수사선상에 놓고 있다.

◆'비자금 · 미공개정보 거래' 부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 배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청사에 들어가기 전 "200억여원 비자금으로 회사 지분을 매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 미공개 정보로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100억여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며 검찰에서 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금호아시아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있다"고 대답했고"금호아시아나가 개입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박 회장은 수사 초기에도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발언을 했다. 당사자가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독립경영을 선언하기 전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협력업체에 박삼구 회장 쪽 인물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 아들도 소환

검찰은 박 회장이 계열사 및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거래장부를 조작해 2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또 주가하락이 예측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호산업 지분을 미리 매각,100억원가량의 손실을 피했는지도 캐물었다.

금호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09년 6월1일 "금호아시아나가 2개월 내에 재무적투자자(FI)를 찾지 못하면 채권단의 구조조정 사모투자펀드(PEF)에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개선약정 및 특별약정을 맺었다.

이후 박 회장은 FI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부 정보를 습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보를 이용해 같은달 29일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의 약정 내용이 공시되기 전에 자신과 아들인 박준경 씨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준경 씨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환 조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면 금호산업 주식만 매도했을 텐데 대우건설 주식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동시에 매수했다"며 "독립경영을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