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달 말 양적완화를 끝낸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강도 높게 유동성을 환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고,어느 정도 돈을 줄인다 해도 현재 존재하는 규모와 비교하면 크게 표시가 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수세가 형성돼 주가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렇다고 주가가 계속 오르기도 쉽지 않다. 돈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경기가 둔화되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국내외 모두 경기가 좋았다. 선진국 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V자' 반등 과정을 보였다. 이머징 마켓은 1년 전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선진국의 회복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

4월부터 경제 지표들이 심상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산업생산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설비 보수 등 1회성 요인 때문이라고 해도 지표가 악화된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미국은 더하다. 기존에는 경기가 좋은 수준에서 숨고르기를 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를 기대했지만 최근 한발 더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이 분명해졌고 소비와 생산 등도 약해지고 있다.

다수의 경제 지표가 예상치에 미달하는 것은 물론 둔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경기가 회복되든지,아니면 둔화가 심하지 않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경제 지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료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우 <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