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고비 넘긴 日 총리 "지진 수습 후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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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불신임안 부결
이달 내 새 총리 선출 전망도
정치 불안이 경제회복 '발목'
이달 내 새 총리 선출 전망도
정치 불안이 경제회복 '발목'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끝에 가까스로 내각불신임안을 막아냈다. 야당이 제출한 내각불신임안은 2일 중의원에서 찬성 152표,반대 293표로 부결됐다.
일본 정계는 '내각 총사퇴' 또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최악의 국면은 피해 가게 됐다. 그러나 간 총리가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만큼 정국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또다시 '1년짜리' 총리
1일 저녁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은 간 총리를 밀어내기 위해 반란표를 규합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등과 잇따른 회동을 통해 세를 불렸다. 한때 과반수 표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결국 간 총리가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간 총리는 2일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정권을 다시 자민당에 돌려주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동일본 대지진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된 단계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간 총리가 물러나면 2000년대 들어 일본에서 여섯 번째 '1년짜리' 총리가 된다.
사임 발언이 나오자 분위기가 역전됐다. 전날까지 오자와파로 기울었던 의원들이 하나둘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이 힘을 합쳐 나가자"며 간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퇴임 시기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은 이날 양원 총회에서 간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한 직후 "간 총리와 하토야마 전 총리의 합의 문서는 '그게 중요하다'고 쓴 것일 뿐 '이걸 끝내면 물러난다'는 조건은 아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전 총리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며 "여름까지 사이의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물러난다는 뜻"이라거나 "6월 말에는 (수습) 전망이 서지 않겠느냐"라고 간 총리의 조기 사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간 총리와 구체적인 시기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일본 경제는 어디로
불안정한 정국을 바라보는 일본 경제계의 마음은 답답하다. 총리 교체나 정계 개편으로 힘을 뺄 만큼 일본 경제의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19%에 달한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그리스(150%)보다도 심각하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태세다.
경기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 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1.3%,올해 1분기 -3.7%를 기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