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끌어온 제조업 경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경제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함께 추가 부양조치에 대한 전망 때문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3%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어두워진 미 경제 전망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제조업지수는 20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53.5를 기록했다. 전달의 제조업지수(60.4)는 물론 시장 예상치(57.1)를 밑도는 것이다. 기업들이 고용과 생산을 줄인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날 민간 고용조사회사인 오토메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5월 민간 고용은 전달보다 3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17만5000명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ADP 민간 고용보고서는 3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보고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경제 지표가 악화되자 월가 금융사들은 5월 비농업 고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비농업 고용이 15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전망치를 10만명으로 낮췄다. 씨티그룹도 17만명에서 1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5월 북미 자동차 판매 실적도 위축됐다. 오토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미 자동차 판매는 110만대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7% 감소했다.

일본 대지진 영향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과 차메이커들의 차 가격 인상이 신차 판매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주택 시장은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락)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과도한 민간과 공공 부문 부채로 인해 경기회복세가 미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3개 미국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앞으로 미국에 경제위기가 발생해 이들 은행이 위험에 처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차 양적완화 이뤄질까

미국 경제 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자 경기 회복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과의 대치로 오바마 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의 눈은 FRB에 쏠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로이터통신은 이날 최근까지 가능성이 희박했던 3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3)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주가가 하락하는 현재 상황이 QE2가 나왔던 12개월 전의 경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전날보다 0.11%포인트 급락한 연 2.95%를 기록한 것도 경제 지표악화와 함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QE2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FRB가 채권 매입 등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양적완화 조치가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이머징 국가들의 반발이 큰 데다 FRB의 자산이 2조76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점도 FRB로서는 부담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