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임팩트(IMPACT) 전시장에서 지난 5월 하순(5월25~29일) 열린 태국국제식품전시회에 출품한 중소기업들이 대학생 덕분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식품 특수밀폐용기를 전시한 나우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의 홍성철 대표(51)는 처음엔 출품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시장도 불확실한 태국에까지 가서 전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 회사 제품은 음식물의 공기를 외부로 배출한 뒤 밀폐 보관하는 용기로 일반 용기에 비해 비싸다. 주시장을 미국과 유럽으로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홍 대표는 "이번 전시기간 중 바이어가 10개국에서 180명이나 찾아왔고 상담액만 60건에 700만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밀양본차이나 역시 15개국에서 20명의 바이어가 찾아 420만달러의 상담을 벌였다. 꽃잎차를 준비한 티소실업 관계자는 "한 프랑스 업체가 유럽 전역에서 팔겠다며 상품 구성과 디자인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 추가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전통식품을 출품한 몇몇 업체들도 밀려드는 바이어 덕분에 부스에 활기가 넘쳤다.

대학생들의 당초 수출상담 목표는 600만달러였으나 나우리와 밀양본차이나 2개사만으로도 상담액이 1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한국 업체 70여개 중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사업(GTEP)'과 관련한 출품업체는 41곳이었다.

이런 성과는 대학생들 덕분이다.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으로 업체당 1~2명 정도만 참가했다. 이들을 도운 대학생들은 숭실대 순천향대 전북대 한남대 단국대 강원대 한라대 동서대 영산대 중앙대 학생들이다. 한국외대 경희대 건국대 동국대 영남대 남서울대 순천대 광주대 경성대 인제대 계명대 학생들도 동참했다. 모두 21개 대학에서 16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GTEP(Global Trade Expert Incubating Program)'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대학생을 무역전사로 키워내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은 불볕더위 속에서 호텔과 전시장을 오가며 부스를 설치했고 밤잠을 줄여가며 수출 전략을 짰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였다. 일부 학생은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한 교동식품 경영자는 즉석에서 한남대 학생 1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연내 1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학회 회장을 지낸 윤충원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63)는 "무역전문가양성사업은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인력난 해소, 대학생들의 취업난 타개라는 3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특히 바이어발굴 수출상담 등 현장에서 체득한 대학생들의 경험은 커다란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