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림이든 글씨든,골동품이든,나무든 꽃이든 다 마찬가지다. 산과 들을 오가면서 풀이며 꽃이며 나무 이름을 몰라 무심하게 지나친 게 한두 번인가. 하지만 알고 나면 다시 보게 되고,모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수목원을 만드는 이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최근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제이드 팰리스GC 바로 옆에 문을 연 유럽풍 수목원 제이드가든(www.jadegarden.kr)의 김종근 수목관리팀장은 "수목원은 꽃과 나무들의 박물관"이라며 "수목원은 영원한 미완성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의 수장품을 다루듯 꽃과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며 지속적으로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면 투스카니 양식의 방문객센터가 이국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매표소와 식당,카페,기념품점이 있는 방문객센터를 지나 곧장 들어서면 계곡의 북쪽 경사면을 따라 조성한 수목원이 펼쳐진다. 제이드가든은 16만3528㎡에 만병초류,단풍나무류,붓꽃류,블루베리 등 2600여종의 식물을 모아 놓았다. 드라이가든,웨딩가든,이끼원 등 24개의 테마에 따라 이들을 작은 정원으로 꾸몄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게 영국식 보더가든과 이탈리안가든이다. 보더가든은 산책로 가장자리에 화단을 만들어 다년생 초화류를 심은 것.이탈리안가든은 수로를 중심으로 잔디밭과 화단을 정갈하게 꾸몄다.

이탈리안가든 위쪽의 고산온실에는 알프스,히말라야,백두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들만 따로 모았다.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자생하는 만병초와 고산개미취 '핀키' 등 200여종의 고산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겨울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에델바이스도 꽃을 피웠다. 영하의 추위도 견딘다는 백두산파는 연보랏빛 꽃을 활짝 피웠고,마늘 한 통이 어른 주먹만하다는 코끼리마늘은 빨리 보급해 마늘농사의 혁명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 그루에 10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는 자생벚나무 일종인 귀룽나무의 자태가 늠름하다. 꾀꼬리를 불러들인다는 참느릅나무도 눈길을 끈다. 수목원 조성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인 층층둥굴레의 국내 최대 군락지를 발견한 것은 또 다른 보람이다. 건조지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만 모아 놓은 드라이가든은 국내 최초다.

◆'이나무'를 아시나요

낙엽송을 잘게 부숴 깔아 놓은 우드칩 포장로를 따라 눈호강을 하며 올라가다 피곤하다 싶으면 벤치나 찻집에서 쉬어 가면 된다. '황금누물라리아리시마키아'라는 긴 이름의 식물은 이름 그대로 황금빛을 발하며 땅을 덮고 있다. 스카이가든의 찻집에서 왼편 길을 따라 내려오면 야생화언덕과 습지식물을 모아 놓은 고층습지,목련원,블루베리원 등을 만난다.

앞서 가던 김종근 팀장이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이 나무 이름이 뭔지 아세요?"라고 묻는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이 나무 이름이 '이나무'입니다"라며 묘한 웃음을 짓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로 나무 이름이 '이나무'다. 가을이면 심장 모양의 잎이 연노랑색으로 물들며 붉은 열매가 예쁘게 달린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춘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여행팁

제이드가든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대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방문객센터에서 왼쪽 코스를 따라가면 50분,가운데 코스는 40분,오른쪽 코스는 60분 정도 걸리므로 어느 코스든 왕복 2시간 이내에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중ㆍ고생 5000원,어린이 4000원.방문객센터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산나물숙채비빔밥(9000원),허브꽃비빔밥ㆍ연잎밥(9500원) 등이 별미다. 주변에 남이섬,강촌유원지,쁘띠프랑스 등의 관광지도 있다.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행 전철을 타면 1시간 만에 굴봉산역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오전 10시45분부터 오후 4시45분까지 경춘선 운행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할 때는 '제이드가든'을 치면 된다. (033)260-8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