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계에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브랜드마다 기획팀장 영업팀장 디자인실장 등 핵심 보직에서부터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인 숍매니저에 이르기까지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경쟁 브랜드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기본.'아웃도어 인력 품귀 현상'이 벌어지다 보니 캐주얼 · 스포츠 · 골프웨어 등 다른 업계 사람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아웃도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력은 뻔한데,일제히 사업 확대에 나선 기존 업체에 더해 제일모직 등 대형 패션업체들마저 새로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밀레는 블랙야크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재일 전 동진레저 상무를 영업 · 마케팅 총괄 상무로 최근 영입했다. 김 상무는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 등에서 24년간 아웃도어 · 스포츠웨어를 담당한 전문가다. 밀레 관계자는 "밀레의 국내 영업망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확대된 만큼 이를 세밀하게 정비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도 나이키와 휠라에서 신발 부문을 담당했던 반무영 씨를 최근 신발 총괄 임원(이사)으로 선임했다.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신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블랙야크는 로드숍 중심이었던 영업망을 백화점으로 확대하면서 여성복과 골프 · 스포츠웨어 분야의 '백화점 영업통'들을 대거 채용했다. 백화점 담당 영업부장으로는 톰보이 출신 조지호 씨를 선임했다.

새로 아웃도어 분야에 뛰어든 신생 브랜드들은 외부 인재 영입에 더욱 적극적이다. LS네트웍스가 2008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몽벨은 지난해 코오롱에 있던 김남순 씨를 디자인실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 영업총괄팀장(윤영호 · 밀레)과 상품기획팀장(최헌만 · 휠라스포트)도 외부에서 수혈했다. 회사 관계자는 "LS네트웍스가 처음 해보는 분야인 만큼 전문가를 영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올초 72개였던 점포 수를 연말까지 130개로 늘리기로 한 만큼 외부 수혈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전용 아웃도어 브랜드인 '와일드로즈'를 론칭한 패션그룹형지는 유지호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장을 와일드로즈 사업본부장(이사)으로 선임하는 등 주요 보직을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출신으로 채웠다. 내년 봄 '빈폴 아웃도어'를 내놓기로 한 제일모직도 최근 K2코리아의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인력 쟁탈전'은 백화점 등 일선 판매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경쟁 브랜드의 '장사 잘 하는' 숍매니저를 영입하는가 하면,남성복 골프웨어 스포츠웨어 분야의 숍매니저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컬럼비아스포츠는 최근 남성복에서 일하던 숍매니저 3~4명을 자사 매장에 투입했다. 숍매니저 역시 담당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의 5~10%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실력 있는 숍매니저 중 상당수가 요즘 매출이 가장 좋은 아웃도어 쪽으로의 이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 등 핵심 인력에서부터 판매사원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간 영입 경쟁으로 인해 '몸값'이 상당폭 오른 상태"라며 "인력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다 보니 그저 돈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회사를 옮겨다니는 '연봉 노마드(유목민)'마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