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상무장관에 에너지기업 ‘에디슨 인터내셔널’ 회장을 지낸 존 브라이슨을 임명했다.비서실장에 이어 상무장관을 재계 출신으로 임명해 친기업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친환경에너지 사업도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인사라는 분석이다.

1일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대사로 임명된 게리로크 상무장관 후임자로 브라이슨 전 사장을 지명했다.스탠퍼드대학과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브라이슨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전력회사인 에디슨 인터내셔널에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일했다.

브라이슨은 이 회사의 CEO와 회장을 역임하며 태양광 사업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대표적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다.그는 천연자원보호협의회 공동 창설자이기도 하며 유엔 에너지 기후변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2008년에 에디슨 인터내셔널에서 물러난 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월트 디즈니,전기자동차 회사인 코다 오토모티브 등 주요 기업체 이사로 재직해 왔다.

미국경제 회생방안으로 ‘그린 혁명’을 주장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브라이슨 상무장관 임명을 통해 이 정책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미국 그린에너지 사업은 상무부가 주도하고 있다.

또 기업인 출신을 중용함으로써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재계와 금융계에 화해의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올해초 비서실장에 임명된 윌리엄 데일리는 미국 2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출신으로 빌클린턴 대통령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인사다.이번 브라이슨 상무장관 선임에도 데일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또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를 고용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GE는 미국 전체에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를 가르칠 만한 자격이 되며 이멜트 회장의 조언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계인사 중용을 통해 민주당 좌파의 이미지를 불식시킴으로써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지작업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4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쿠바난민,트럭운전사 출신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51) 켈로그사 CEO를 상무장관에 임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당시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쿠바계에 대한 보상 차원의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부시는 최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에서 쿠바계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낙승한 바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