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위기가 곧 관련 기업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더라도 해당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서는 업황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이어지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신성솔라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 같은 방향이다. 올 들어 태양광산업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지만,그것이 신성솔라에너지의 미래까지 비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태양전지 생산에서 국내외 어떤 기업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20여년 업력에서 나오는 높은 기술경쟁력

신성솔라에너지는 태양전지업체 경쟁력의 척도인 광전환 효율에서 경쟁사들(17~18%)보다 높은 평균 18.25%를 보이고 있다. 똑같은 태양광으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신성솔라에너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이 회사의 와트(W)당 전지 생산 비용은 0.24~0.26달러에 불과하다. 글로벌 평균인 0.4달러보다 크게 낮으며,잉리 JA솔라 등 선두권 전지 생산 회사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성솔라에너지의 차별화한 경쟁력의 비결은 20년 넘게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용 장비를 만들며 발전시켜온 장비 생산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태양전지 기업들은 슈미트 등 3~4개 글로벌 장비업체로부터 장비 전체를 일괄 구매한다. 반면 신성솔라에너지는 각각의 공정에 들어가는 부품과 장비를 해당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부터 납품받아 직접 조립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폴리실리콘 셀의 가공에 필요한 장비는 A업체로부터 공급받고,레이저 가공장치는 B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식이다. 이는 장비업체로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했을 때만 가능한 시스템이다.

다른 태양전지 기업들의 기술력과 효율이 장비 생산업체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동안 신성솔라에너지는 독자 제작한 장비로 그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태양전지 장비업체들이 보장하는 효율은 최대 18%까지인 데 반해 신성솔라에너지는 자체 개발을 통해 19%대의 효율을 가진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태양광시장은 '성장 아니면 도태'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0메가와트(㎿) 수준인 생산능력을 내년 말에는 350㎿까지 40%가량 증설할 예정이다. 중 · 장기적으로는 연 1GW(기가와트)까지 생산능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태양광산업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강해지고 있기는 하지만,이 같은 증설은 향후 태양전지 전문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한 타당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규모의 경제'가 관철되는 태양광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태양광 시장의 위축으로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보면 사정을 알 수 있다.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의 태양광산업 시장이지만 2009년까지 연간 설치량이 1GW를 넘지 못했던 이탈리아는 독일의 보조금 축소로 주요 태양광 업체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5GW 이상의 태양광 발전기가 팔렸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독일 수준의 보조금 축소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태양광 업체들의 재고는 10GW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에버그린솔라는 올 들어 투자자들에게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REC가 올 가을까지 셀과 웨이퍼 생산을 부분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신성솔라에너지를 비롯한 세계 태양광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인하하면서 제품 효율도 경쟁사보다 높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성장산업으로 각광받아 왔지만,이제 본격적인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품질 경쟁력으로 공급 과잉 돌파 예상

태양광 기업들은 관련 시장의 급속 성장에 대한 기대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높아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이들 기업에 중요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업체들의 사업성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태양광산업에 투자할 때는 가격 경쟁력,품질,재무 상태 등을 파악한 뒤 최소 1년 이상의 중 ·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이 같은 중 · 장기적인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로 판단한다. 세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품질과 낮은 생산단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본격화할 경쟁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신성솔라에너지는 폴리실리콘 생산기업인 한국실리콘 지분을 16.3%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재무 상태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실리콘은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증시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실리콘은 향후 연 1만t이 넘는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신성솔라에너지는 800억~1000억원 수준의 지분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한국실리콘 상장 후에는 관련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이나 채무 상환 등의 용도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근 나타나고 있는 태양광 시장의 위축은 신성솔라에너지의 중 · 장기적인 성장 과정에서 호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장은 위험 요인이 커진 것 같지만,가격 경쟁력이 낮은 경쟁 회사들이 퇴출되는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공급 과잉의 강도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공급 과잉으로 떨어지고 있는 태양광 발전 단가 역시 관련 시장의 규모를 팽창시켜 중 ·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태양광산업이 처한 힘겨운 상황과 격해지고 있는 경쟁 구도에 대한 우려를 신성솔라에너지의 밝은 미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한병화 현대증권연구원 bh.han@hdsr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