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빨간 불이 켜졌다. 생산과 소비가 줄고 제조업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투자는 위축되고 재고가 쌓이는 등 경기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 · 소비 · 투자 모두 감소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지표에는 경기 하강기에 나타나는 모습들이 중첩돼 있다. 앞날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모두 하락했다.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도 전월 대비로 1.1% 줄었다. 소비 부진을 반영해 재고는 쌓이고 있다. 4월 생산 감소로 제품 출하는 전월 대비 1.7% 줄었는데 재고는 오히려 1.1% 늘었다. 제품 출하를 늘리면서 재고가 쌓였다기보다는 소비 둔화로 제품이 안 팔려 나타난 악성 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설비 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축 · 토목공사가 줄면서 4월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7%,전달보다는 6.1%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80.5%)도 기준선인 80%를 넘었지만 하락하는 추세다.

◆일시적 부진인가,추세적 하강인가

정부는 지난 4월 산업활동 위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했다. 화학업체들의 생산설비 정비 · 보수가 4월에 몰린 데다 자동차업체들의 신차 출시를 위한 시설교체 영향으로 생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4월 전체 생산 감소분 중 화학제품과 자동차 생산 감소가 3분의 2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발생한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부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생산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차영환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무엇보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고용 및 소득 등 내수 여건도 나쁘지 않다"며 "5월에는 소비자심리가 개선되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기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건 확실해 보인다"며 "올해는 경기 흐름이 횡보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되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최근 들어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4%대로 높은 수준인 데다,하반기 전기 · 가스 ·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경우 다시 한번 물가 쇼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미국 경기도 조정을 받고 있어 대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수출로 버티는 우리 경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