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자산관리 시장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이유는 말 그대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예대마진(예금 · 대출금리 간 차이)'과 '브로커리지 수익'이란 은행과 증권사들의 전통적인 '돈줄'이 정부 규제 및 시장 상황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고액 자산가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갈수록 커지면서 PB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만달러(약 10억원) 이상을 가진 국내 자산가는 작년 12만7000명에서 올해 16만명으로 26%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이 최소 160조원에 이른다.

◆대출금리 올리는 데 한계

은행들이 의존하고 있는 예대마진은 축소되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예대마진은 작년 10월 평균 2.2%포인트에서 올 3월 1.74%포인트로 대폭 축소됐다. 저축성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평균 연 3.67%로 상승한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연 5.41%에 그친 탓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PB 고객 한 명이 일반 고객보다 수십배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맡기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증권 브로커리지 영업

증권업계 역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거래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개미' 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 나서는 걸 꺼리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영업에 주력하던 증권사들의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실적은 전년에 비해 나빠진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산관리 시장 '올인'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SNI센터를 공격적으로 내며 증권사 PB 시장 공략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삼성증권의 2010회계연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0% 늘어나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했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장은 "금융위기로 PB센터에서 가입한 금융상품의 손실이 급증하자 고액 자산가들의 불만도 커지면서 2008년 하반기~2010년 상반기 PB영업은 크게 위축됐다"며 "하지만 증시 활황과 서비스 개선으로 최근에는 부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개선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종현/조재길 기자 scream@hankyung.com